헌법재판소 재판관 8명이 16일 공석인 소장과 재판관 1명을 빨리 임명해 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재판관들은 헌재 소장 및 재판관 공석 사태의 장기화로 인해 헌재의 정상적인 업무 수행은 물론 헌법기관으로서의 위상에 상당한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속히 임명 절차가 진행돼 헌재가 온전한 구성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월 박한철 전 소장 퇴임 후 9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소장 권한대행’과 ‘8인 재판관’ 체제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한 것이다. 재판관들은 문재인 대통령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문 대통령을 향해 소장·재판관을 서둘러 임명해 달라고 촉구한 셈이다. 재판관들이 소장 임명 등 대통령 인사에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은 처음이다. 그만큼 현재의 비정상인 체제를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얘기다.
이 같은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책임은 문 대통령과 청와대에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김이수 소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임명동의안이 부결되자 새 후보자를 물색하는 정상적인 절차를 밟지 않고 돌연 김 대행 체제 카드를 꺼내들었다. 문 대통령은 14일에는 페이스북을 통해 야당의 헌재 국정감사 보이콧을 비난하며 소장 권한대행 체제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대행 체제의 근거로 삼기 위해 재판관들의 뜻까지 왜곡했다. 재판관 전원이 김 재판관의 소장 권한대행 수행에 동의했기 때문에 국회가 권한대행을 ‘인정한다, 안 한다’ 할 권한이 없다고 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도 지난 10일 같은 주장을 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재판관들은 새 소장이 오기 전까지 임시로 김 재판관이 대행을 맡는다는 것에 동의한 것이지 내년 9월까지 대행 체제로 간다는 것에 동의한다는 의미는 아니었다고 한다. 재판관들이 새 소장 후보자 지명을 요구한 것도 잘못 알려진 사실을 바로잡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청와대는 “헌법재판관 입장과 근본적 차이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렇다면 문 대통령은 재판관들의 의견을 겸허히 받아들여 편법적인 대행 체제를 끝내고 새 소장 및 재판관 후보자를 하루빨리 지명하는 것이 맞다. 그것이 헌재를 존중하고 대통령의 헌법적 책무에 부합하는 길이다.
[사설] 헌법재판관 입장 왜곡한 청와대 참모 누구인가
입력 2017-10-17 17: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