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수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등 헌법재판관 8인 전원은 16일 “소장·재판관 공석 사태의 장기화로 인해 헌재의 정상적 업무수행은 물론 헌법기관으로서의 위상에 상당한 문제를 초래한다”며 깊은 우려를 표했다. 재판관들은 “조속히 임명 절차가 진행돼 헌재가 온전한 구성을 갖춰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 이는 ‘내년 9월까지 헌재소장을 지명하지 않고 권한대행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청와대의 방침과 정면 배치된다.
헌재는 이날 오후 재판관들이 모여 공석 사태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며 이례적으로 재판관들의 의견을 언론에 전달했다. 김 대행이 재판관들에게 “최근 사태에 대해 오후 4시쯤 이야기를 나누자”고 제안했고, 논의는 1시간가량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지난 10일 “김 권한대행 체제를 유지키로 한 헌법재판관들의 의견을 존중한다”며 지난달 국회에서 소장 임명동의안이 부결된 김 대행 체제의 유지를 공식 발표했다. 이에 야당을 중심으로 “국회를 무시한다”는 반발이 컸다. 지난 13일 헌재에 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도 파행됐다. 국회에서 소장 임명동의안이 부결된 김 대행이 헌재를 대표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여야의 공방 때문이었다.
헌재 내부에서도 청와대의 방침이 부적절한 것으로 보는 기류가 있었다. 헌재소장의 임명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러한 속내와 달리 헌재는 청와대의 ‘대행 체제 유지’ 발표로 독립성마저 의심받았다. 지난 13일 국감에서는 “헌재를 청와대 하수인으로 두는 게 아닌지 우려가 생긴다” “청와대와 사전에 이야기가 되지 않았나”라는 말까지 나왔다. 재판관들은 헌재를 둘러싼 정치적 논란이 가열되고 불필요한 오해가 확산되는 상황을 무겁게 인식해 이날 이례적으로 재판관들의 의견을 외부에 밝혔다.
헌재는 지난 1월 31일 박한철 전 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도중 퇴임한 후 줄곧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 중이다. 헌재소장 공석이 8개월을 넘긴 것은 사상 최장 기록이다. 사회적 논란이 분분한 헌법재판을 다수 진행 중인 헌재에서는 ‘8인 체제’의 불완전성을 시급한 문제로 본다. 올 들어 박 전 소장과 이정미 재판관 등 2명이 퇴임했지만 이선애 재판관 1명만 새로 임명됐다.
재판관 전원이 소장 공석 사태 해소를 요청한 만큼 청와대가 헌재소장 지명을 장기간 미루기는 힘들어 보인다. 청와대는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후속 조치에 대한 숙고에 들어갔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상황을 조금 지켜보자”고 말했다.
이경원 강준구 기자 neosarim@kmib.co.kr
헌재 8인 “헌재소장 조속 임명을”
입력 2017-10-16 22:37 수정 2017-10-16 23: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