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개혁발전위원회(개혁위)의 16일 발표에 따르면 박근혜정부 국정원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2년 전부터 관련 첩보를 170건이나 생산하고도 사실상 이를 방기했다.
국정원은 ‘정윤회 문건·비선실세 국정농단’ 의혹이 한창이던 2014년 12월 최순실 관련 첩보를 이미 확보하고 있었다. 당시 국정원은 ‘정윤회는 깃털에 불과하며, 진짜 실세는 정윤회의 前妻(전처) 최순실이라는 說(설) 확산’이라는 첩보를 생산했다. 또 윤전추 전 청와대 행정관이 최순실의 개인 트레이너 출신이라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국정원은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인 미르·K-스포츠 재단 관련 첩보도 지난해 초부터 지속 수집했다. 지난해 1월 국정원은 ‘BH(청와대) 경제수석실은 K-스포츠(재단) 설립을 추진하면서, 교문수석실로 하여금 문체부가 재단 설립을 신속 지원토록 요청’ ‘전경련(전국경제인연합회)·재계는 미르재단에 이어 K-스포츠에 300억원 출연 관련, 계속되는 공익재단 출범 자금을 기업에 요구하다 보니 불만 여론이 상당’ 등의 첩보 문건을 생산했다.
개혁위는 그러나 “국정농단의 단초가 되는 첩보가 다수 수집됐음에도 추명호 전 국가정보원 국장이 추가 첩보 수집을 지시하거나 국정원장 등에게 정식 보고한 사례가 없었다”며 “오히려 첩보를 수집한 직원에게 불이익을 줬다”고 밝혔다. 실제로 추 전 국장은 안봉근 전 청와대 제2부속비서관 관련 첩보를 작성한 직원에게는 “유언비어를 유포한다”고 질책한 뒤 지부로 발령냈다.
추 전 국장 주도 하에 진행된 공직자·민간인 대상 사찰 의혹도 사실로 드러났다. 추 전 국장은 2016년 우 전 수석 장모의 ‘수상한 부동산 거래’ 의혹 보도로 이석수 전 청와대 특별감찰관이 감찰에 나서자 동향 수집을 지시하고, 내부 동향, 대응 방안 등을 우 전 수석에게 보고했다.
추 전 국장은 또 2016년 6월 이광구 우리은행장 연임을 저지하기 위해 ‘정치권 줄대기’ ‘불투명한 공금 집행’ 등의 미검증 첩보를 종합해 우 전 수석에게 보고했고, 지난해 총선에 출마했던 김진선 전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장에 대한 ‘사찰성 동향 보고서’도 작성해 보고했다.
추 전 국장과 우 전 수석 및 안 전 비서관과의 유착관계도 드러났다. 개혁위는 우 전 수석이 추 전 국장을 국내 정보를 관할하는 국정원 2차장에 추천할 정도의 ‘밀착 관계’가 있었다고 파악했다. 다만 당시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이 강하게 반대해 추 전 국장의 2차장 승진은 무산됐다. 또 추 전 국장이 박 전 대통령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와 함께 2015년 6월과 12월 안 전 비서관을 두 차례 만난 사실도 밝혀냈다. 다만 개혁위는 조사 권한의 한계와 추 전 국장의 휴대전화 제출 거부 등 이유로 ‘비선 보고’ 의혹은 확인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은 이날 추 전 국장과 신승균 전 국정원 국익전략실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들은 무차별적인 여야 정치인 공격,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 및 실행 등 각종 정치공작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 중이다.
최승욱 지호일 기자 applesu@kmib.co.kr
‘정윤회는 깃털, 실세는 최순실’… 추명호는 알고 있었다
입력 2017-10-16 22:22 수정 2017-10-16 23: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