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첩보 170건 추명호가 묵살 사실로

입력 2017-10-16 22:34 수정 2017-10-16 23:50
사진=뉴시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개입 의혹을 받아온 추명호(사진) 전 국가정보원 국장이 최순실씨·미르재단 관련 보고서 170건을 생산하고도 당시 이병호 국정원장에게 보고하지 않고 묵살한 것으로 드러났다(국민일보 2016년 12월 6일자 1면 참조). 이석수 전 청와대 특별감찰관을 비롯한 정·관·재계 인사들에 대한 전방위 사찰을 주도한 사실도 새롭게 확인됐다.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개혁위)는 16일 ‘국정원 간부의 직권남용 및 비선보고 의혹’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개혁위 조사 결과 추 전 국장이 부임한 2014년 8월 이후 국정원은 미르재단 등 최순실 관련 첩보 170건을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추 전 국장은 국정원 직원들이 최씨 관련 정보를 보고했지만 추가 정보 수집을 지시하지 않았다. 이병호 국정원장 등 상부에 정식으로 보고한 사례도 없었다. 국정농단 관련 첩보가 청와대에 올라가는 것을 통제·묵살했다는 추정에 무게가 실린다. 또한 최순실 관련 첩보를 수집한 직원들을 지방으로 전출시키는 등 인사 전횡을 휘두른 사실도 확인됐다.

추 전 국장이 이러한 정보를 당시 청와대 우병우 민정수석,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 등에게 비선보고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우 전 수석이 추 전 국장을 국정원 2차장 자리에 추천했고, 추 전 국장이 안 전 비서관을 두 차례 이상 만난 사실은 확인됐다.

추 전 국장은 지난해 7월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우 수석 감찰에 착수하자 특별감찰 배경 및 동향 수집을 지시해 이를 우 전 수석에게 두 차례 보고했다. 이밖에 이광구 우리은행장, 김진선 전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장, 문화체육관광부 간부 등 민간인·공무원을 망라한 전방위 사찰도 주도했다.

국정원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 평화상 수상 취소 청원에 직접 관여한 사실도 확인됐다. 개혁위는 “국정원 심리전단이 보수단체인 ‘자유주의진보연합’을 조종해 취소 요구 서한을 노벨위원회 위원장에게 발송하는 계획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개혁위는 국가정보원법상 직권남용 금지 위반 혐의로 추 전 국장을 검찰에 수사의뢰하고, 노벨상 수상 취소청원 관련 적폐청산 TF 조사 결과 역시 검찰 수사자료로 지원하도록 권고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