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ATM 수수료, 저소득층이 58% 부담

입력 2017-10-17 05:05

은행 자동화기기(ATM) 수수료의 58%를 저소득층이 부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은 지난해 고신용자 대출을 늘린 반면 중신용자 대출은 줄였다. 소득이 적을수록 수수료·대출 금리를 더 부담하는 ‘금융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16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저소득층 ATM 수수료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자 “저소득층 배려 차원에서 수수료 인하 방안을 은행과 논의해보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은 “금융위가 영세 사업자의 카드사 가맹점 수수료를 인하한 것과 비교할 때 충분히 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금융 당국은 2011년 ATM 수수료 인하를 권고한 이후 별다른 개입을 하지 않고 있다. 은행들은 ATM 수수료를 지난해부터 200∼500원가량 잇따라 올렸다. 제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지난해 5개 시중은행의 ATM 수수료 현황에 따르면 총 76만1066건 중 소득 1분위(하위 20%)에 44만4175건이 부과됐다. 전체의 58.36%에 이른다. 소득 상위권인 4∼5분위는 합쳐서 16.94%에 불과했다. 수수료 수입으로 봐도 총 수수료 5억121만원 중 1분위가 2억8786만원(57.43%)을 차지했다. 이는 2015년 말 기준 대출 잔액이 있는 계좌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다. 대출도 받지 못하는 저소득층까지 포함하면 비중은 더 높아질 수 있다.

저소득층의 ATM 수수료 건수가 많은 것은 저소득자일수록 소액으로 ATM을 많이 이용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고소득층은 수수료를 면제 받는 경우가 많다. 최 위원장은 “은행 입장에서는 자연스러운 결과”라며 “은행의 가격 책정에 개입하는 게 망설여지는 부분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저소득층이 수수료를 많이 부담하는 건 사실이다. 수수료를 내릴 수 있는지 고민해보겠다”고 답했다. 이진복 정무위원장도 “적극 검토해 달라”고 주문했다.

금융당국이 중신용자의 중금리 대출을 강조해왔지만 은행은 오히려 고신용자(1∼3등급) 대출을 늘렸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민의당 채이배 의원이 나이스평가정보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7월부터 1년간 은행 대출 중 고신용자 대출은 56조원 늘었다. 반면 중신용자(4∼6등급) 대출은 4조6000억원, 저신용자(7∼10등급) 대출은 3조2000억원 줄었다. 같은 기간 대부업체의 중신용자 대출은 4386억원 증가했다. 채 의원은 “중신용자들이 고금리 대부업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준다”며 “중신용자들을 위한 금융정책 개선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