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틸러슨 "트럼프, 北과 전쟁 원치 않아… 외교 노력 지속 주문"
렉스 틸러슨(사진) 미국 국무장관이 1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나에게 외교적 노력을 계속하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최근 나흘 동안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트럼프 대통령에 이어 틸러슨 국무장관까지 미 행정부 고위관계자들이 잇따라 대북 군사행동보다 외교적 협상을 강조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에 던지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틸러슨 장관은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전쟁하는 것을 추구하지 않고 있다"면서 외교적 노력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이어 "그러한 외교적 노력은 첫 번째 폭탄이 투하될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첫 번째 폭탄'이 미국의 선제공격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는 분명히 설명하지 않았다. 다만 설사 군사충돌이 발생하더라도 마지막까지 외교적 노력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틸러슨 장관은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도 "우리의 외교적 노력은 첫 번째 폭탄이 투하될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거듭 발언했다.
틸러슨 장관은 대북·핵무기 정책 이견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을 '멍청이(moron)'라고 부른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 여전히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 그의 이런 태도가 많은 사람에게 '멍청이' 발언을 사실로 여기도록 만들고 있지만 명쾌하게 해명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나는 그런 하찮은 종류의 일은 상대하지 않는다"면서 "워싱턴은 나쁜 소문과 유언비어, 빈정대는 풍자를 즐기는 곳으로 이런 것들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또 "대통령에게 내 시각을 표현할 완벽한 자유를 갖고 있고 대통령은 그런 시각을 귀 기울여 듣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모든 사안에 트럼프 대통령과 동의하지는 않는다"면서 "그러나 대통령이 무엇을 결정하든 그는 미국의 대통령이며 나는 그의 결정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틸러슨 장관과 달리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여전히 대북 강경론을 이어갔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폭스뉴스에 나와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핵무기로 미국을 위협하는 것을 막는 데 필요한 일이라면 무엇이든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군 지도부는 매일 군사계획들을 개선하고 있다"며 "대북 군사옵션이 사용되지 않길 바라지만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헤일리 대사도 ABC방송에 출연해 "이란 핵합의 불인증이 북한에 주는 메시지는 '미국은 북한과 나쁜 합의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고 이란에 대해서는 '또 다른 북한이 되지 말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우리는 북한에 대해 협상 테이블로 오라고 애걸하지 않을 것이며 인센티브로 그들을 설득하려고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北 안동춘, IPU 총회서 "핵개발 외 선택지 없다"
국제의회연맹(IPU) 총회에 참석한 안동춘 북한 최고인민회의 부의장이 15일(현지시간) 핵개발만이 북한의 유일한 대안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러시아 타스 통신이 전했다.
안 부의장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IPU 총회 본회의 연설을 통해 "우리나라(북한)는 위협에 처해 있으며 조선의 존재 자체가 위기에 처해 있다"면서 "핵개발 이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을 지적하며 "역사는 자주방위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을 증명한다"면서 "핵프로그램은 우리의 주권을 수호하기 위한 핵 억지력 프로그램"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는 미국이 대조선 적대정책을 중단하길 바란다"면서 "미국이 평화협상에 장애물을 만들고 있다"고 비난을 쏟아냈다.
북한 대표단의 이런 초강경 기조로 인해 러시아 중재로 IPU 총회에서 성사 가능성이 제기됐던 남북 의회대표 간 회동 역시 어려워질 전망이다.
표트르 톨스토이 러시아 하원 부의장은 "남북 대표 간 직접 접촉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고, 북한 대표단 관계자도 타스 통신에 "미국의 유례없는 대북 제재와 조만간 있을 한반도 인근 한·미 연합훈련 등을 고려할 때 남조선 대표를 만날 계획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북한 대표단은 IPU 총회에 참석한 정세균 국회의장의 본회의 연설 직전 회의장을 빠져나가 휴식시간이 끝난 뒤에야 돌아오는 등 기싸움까지 벌였다. 정 의장은 연설에서 "북한이 더 이상의 핵실험을 중단하고 대화 테이블로 조속히 나올 수 있도록 IPU 각국 대표단의 관심과 지지를 당부한다"고 호소했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
美정부인사들 잇따라 “협상” 강조… 北 “핵개발 외 선택지 없다”
입력 2017-10-16 17: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