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포털기업 네이버가 로봇 개발에 본격 나선다. 소프트웨어 기업에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결합한 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동안 네이버는 자사가 보유 중인 검색 데이터에 하드웨어 플랫폼을 더해 ‘사용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미래 혁신 전략으로 꼽아 왔다. 카카오 등 모바일 플랫폼 기반 경쟁사와 차별화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네이버는 16일 PC와 스마트폰이 아닌 생활 속에서 사람 대신 움직이고 정보를 주는 ‘생활환경지능’을 가진 로봇 9종을 공개했다. 실내 지도 제작 로봇 ‘엠원’과 실내 자율주행 로봇 ‘어라운드’, 추진력이 있는 전동 카트 ‘에어카트’, 전동 스케이트보드 ‘퍼스널 라스트마일 모빌리티’, 안전하고 유연한 로봇팔 ‘앰비덱스’, 네발 달린 짐 배달 로봇 ‘치타로봇’과 ‘점핑 로봇’, 계단을 오를 수 있는 바퀴 달린 로봇 ‘터스크봇’, 물체를 인식하고 자율주행하는 ‘티티봇’ 등이다.
네이버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이날 개막한 기술 콘퍼런스 ‘DEVIEW 2017’에서 “로봇·인공지능 기술을 연구해 일상생활 환경을 모두 연결하겠다”며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로봇, 생활 속에 자리 잡는 로봇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콘퍼런스에서는 로봇 ‘어라운드’의 테스트 동영상이 눈길을 끌었다. 동영상에서는 서점을 찾은 한 고객이 보고난 책을 어라운드 머리 위에 올려놓는다. 머리에 쌓인 책들이 일정 무게를 넘어서자 어라운드는 미리 정해둔 선반까지 움직여 수거한 책들을 갖다 준다. 로봇이 책을 수거하는 서점 직원 역할을 대신하는 셈이다. 가벼운 힘으로 손쉽게 무거운 짐을 옮길 수 있도록 설계한 에어카트도 조명을 받았다.
앰비덱스는 사람과 하이파이브하고 포옹까지 할 수 있는 안전한 로봇팔이다. 이전까지 나온 산업용 로봇팔은 무겁고 단단해 사람이 다가가기 위험했다. 앰비덱스는 와이어 기술을 적용해 유연하고 안전한 게 특징이다. 무게도 2.6㎏으로 사람 팔보다 가볍다.
이와 함께 네이버는 올해 말까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인 4단계 자율주행차 최신 기술을 구현하겠다고 발표했다. 자율주행차 기술은 고정밀 위치정보를 수집·처리할 수 있는 네이버가 로봇과 함께 주요 프로젝트로 선정한 기술이다. 자율주행 4단계는 사람이 목적지·운전 모드 등 큰 틀에서만 조작하면 차량이 나머지 세부 운전을 도맡아 하는 방식이다. 이미 네이버는 비상시에 운전자가 수동 운전을 해야 하는 3단계 기술을 확보했다. 국내에서는 아직 4단계 기술을 확보한 기업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
책 정리해주고, 짐 들어주고… 네이버, 생활밀착형 로봇 만든다
입력 2017-10-16 22: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