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섭게 늘어나던 ‘시한폭탄’ 가계부채 잡히나… 증가세 한풀 꺾여

입력 2017-10-17 05:05
8·2 부동산대책 이후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 14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의 가파르던 상승 흐름이 꺾이는 변곡점이 나타났다. 지난달 은행의 가계대출은 4조9000억원 늘어 지난 8월의 증가폭(6조6000억원)보다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16일 발표한 9월 금융시장 동향을 보면, 정책모기지론이 포함된 은행의 가계대출은 지난달에 4조9000억원 늘었다. 8월 증가액보다 1조7000억원 감소한 수치다. 8·2 대책을 발표하기 이전인 5∼7월 6조원대 증가폭을 보였던 것과 견줘 확연히 줄어든 모양새다. 은행의 가계대출은 지난해 9월에 6조원, 2015년 같은 달에는 6조2000억원 증가했었다.

주택담보대출은 지난달 3조3000억원만 늘어 두 달 연속으로 증가폭이 3조원대에 묶였다. 신규 아파트 분양 물량 등으로 미리 약정된 은행권 집단대출이 8월 1조원에서 지난달 1조2000억원으로 소폭 증가했을 뿐이다. 중도금 등을 취급하는 집단 대출은 분양 일정에 따라 대출이 약정된 상황임을 감안할 때 추가 주택대출은 사실상 정체되고 있는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8·2 대책 이후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에서 은행권의 하루 평균 주택담보대출 신청 건수가 반토막 났다고 집계했다. 8월 1∼22일 하루 평균 1092건이던 대출 신청은 감독규정 개정안을 시행한 같은 달 23일부터 31일까지 464건으로 줄었다. 지난달에도 하루 평균 469건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8·2 대책 이후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주춤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달 말에는 정부의 가계부채 종합대책 발표도 있다.

주택담보대출과 함께 가계부채를 구성하는 기타대출도 지난달 1조7000억원 증가에 그쳤다. 8월엔 카카오뱅크 신용대출과 KB국민은행 경찰저금리대출이 몰려 3조4000억원 급등했었지만, 한 달 만에 정상 수준으로 돌아왔다. 추석을 앞두고 기업들이 상여금을 지급해 신용대출 수요가 줄어든 것도 영향을 미쳤다.

반면 기업대출 가운데 중소기업대출로 분류되는 개인사업자 대출이 지난달 3조4000억원 늘었다. 전달보다 증가폭을 5000억원가량 키웠고, 2015년 7월 이후 최대 폭이다. 개인사업자 대출 증가는 은행들이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책을 맞아 영업전략을 바꾼 결과다. 은행권은 중소기업 대출, 그 중에서도 ‘소호 대출’로 불리는 개인사업자 대출에 힘을 쏟고 있다. 정부가 다주택자 금융규제를 강화하자 부동산 관련 대출을 가계대출에서 사업자 대출로 바꾸는 흐름도 영향을 미쳤다. 개인사업자 대출에서 부동산·임대업 비중이 높다.

한편 은행연합회는 이날 9월 중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1.52%라고 공시했다. 코픽스는 은행권 가계대출 금리의 기준이 된다. 8월보다 0.05% 포인트 올랐다. 올 들어 최대 상승폭이다. 은행채 금리가 올라간 여파인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12월 금리인상 확률이 높아지고, 한국은행도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긴축통화정책 기조가 강조됐기 때문이다.

글=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