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 뒷談] 공직사회에도 ‘이니’ 열풍

입력 2017-10-17 05:00

예산 당국 관계자는 지난 8월 있었던 내년도 예산안 청와대 보고 당시 일화를 소개했다.

예산 당국은 내년 공무원 임금 인상 관련 3개 안을 만들어갔다고 한다. 내년 1만7000명의 공무원 증원으로 인건비 부담이 커질 전망이고, 경기 침체에 국민과 어려움을 함께한다는 취지로 예산 당국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가장 낮은 인상률을 담은 1안을 건의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공무원들에게는 내가 고용주이고, 좋은 고용주로 솔선수범해야 되지 않겠느냐는 취지로 얘기하면서 가장 높은 인상률(2.6%)이 포함된 3안으로 추진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16일 “공무원들은 국민들에게 ‘철밥통’ 이미지가 커 정치인들은 공무원 임금과 복지를 늘리는 데 난색을 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자신을 고용주라 칭하는 대통령의 발언이 신선했다”고 전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공직사회에도 ‘이니(문 대통령 별명) 열풍’이 불고 있다. 세종 부처 일선 공무원들은 지난 정부보다 ‘찍어누르기’ 식 청와대 지시가 줄어드는 등 일하는 분위기가 좋아졌다는 반응이다. 경제부처 한 과장급 공무원은 “업무 강도는 정부 출범 초기라 더 세졌지만 분위기는 훨씬 좋아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고위 공무원은 “지난 정부 당시 대통령 주재 회의 때는 다들 경직되고 긴장했는데 최근 대통령 주재 회의 분위기는 확 달라졌다”며 “대통령이 이해도가 높을 뿐 아니라 분위기도 유하게 이끌어준다”고 언급했다. 이 때문에 박근혜정부 시절 총선과 지방선거에서 야당이 우세하던 세종시 표심이 내년 지방선거에서는 집권 여당으로 몰릴 것이라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삽화=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