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발포가 현장 지휘관의 자위권 차원 판단이 아니라 군 상부의 지시로 이뤄진 정황이 16일 확인됐다.
손금주 국민의당 의원이 기무사 비공개 문건을 열람해 확인한 내용에 따르면 계엄군의 집단 발포가 있었던 1980년 5월 21일 오후 작성된 505 보안부대 보고서에는 2군사령부의 발포지시 명령이 명시돼 있다. 이날 오후 7시를 기해 호남고속도로 사남터널 부근 경계병들에게 전남에서 오는 폭도가 확인되면 즉각 발포하라는 내용이다.
다른 문건에도 같은 시각 2군사령부가 전남에서 오는 폭도에게 발포하도록 지시하고, 병력 100명을 추가 배치했다는 내용이 적시됐다. ‘5·18 당시 상부의 발포 명령은 없었고, 발포는 자위권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주장과 상충된다.
이는 그해 5월 22일 당시 이희성 계엄사령관이 전군에 내린 자위권 발동 문서를 통해서도 추정 가능하다고 손 의원은 설명했다. 자위권은 전날인 21일 오후 시민을 향한 집단 발포가 이뤄진 지 만 하루가 지나서야 발동됐기 때문이다. 손 의원은 “사망자가 늘자 계엄군이 이를 합리화하기 위해 뒤늦게 자위권을 발동하라는 형식적 문건을 만든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자위권 발동 다음날인 5월 23일 군 당국이 ‘시민들이 반항하면 사살하라’는 또 다른 명령을 내린 사실도 확인됐다. ‘불가피한 경우 생명에 지장이 없도록 하반신을 사격하라’고 한 자위권 발동 지침과 상충되는 내용이다. 계엄사령관의 자위권 발동 지침과는 별도의 지시라인이 있었다는 추론이 가능해진다.
다른 군 내부 문서에는 해군이 진압훈련에 차출되고, 5월 17일 밤 해병 2개 연대가 2군사령부로 배속됐다는 내용도 담겨있다. 공군 전투기에 광주 출격 대기명령이 내려졌다는 의혹까지 더하면 사실상 전군이 동원된 것으로 보인다.
손 의원은 “기무사 비공개 문건은 5·18광주민주화운동 진압을 위한 군 동향, 시민군을 ‘폭도’라고 표현하는 등 국민에 대한 군의 왜곡된 인식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며 “향후 군이 보유 중인 비문·비공개 문건 열람을 통해 별도의 지휘라인 끝에 누가 있는지 밝혀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폭도 확인되면 즉각 발포” 5·18 문건 나왔다
입력 2017-10-17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