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인 재팬] “일본 선교, 20년은 공들여야 열매 열리죠”

입력 2017-10-17 00:01
이달 말 귀국을 앞둔 임태호(도쿄중앙교회) 목사가 지난 13일 일본 도쿄 신주쿠구 국민일보재팬 사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일본 선교의 특성을 설명하고 있다.

일본 도쿄중앙교회 임태호(55) 목사는 도쿄 한인사회에서 건강한 목회를 추구해온 목회자 가운데 한 명이다. 서울 광성교회 부목사로 활동하다 2001년 12월 부임해 16년간 목회했다. 10년 전엔 일본에서 드물게 교회당 건축을 이뤄냈다.

재일대한기독교단 소속으로 150여명이 출석하는 교회는 와세다대 인근에 있으며 일본교회와도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이달 말 일본 사역을 마치고 귀국하는 임 목사를 지난 13일 도쿄 신주쿠구 국민일보재팬 사무실에서 만나 일본 선교에 대해 들어봤다.

임 목사는 ‘일본은 선교사의 무덤’이란 표현에 대해 “일본을 너무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그는 “일본 선교는 적어도 20년은 두고 봐야 하는데 단기간 열매가 없다고 선교사의 무덤으로 단정 짓는 건 틀렸다”며 “일본에 대한 관점 자체를 달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라면집을 언급했다. “일본에서 라면집을 개업하려면 5년이 걸립니다. 자기만의 소스를 만드는 데 3년, 면을 뽑는 데 2년이 소요됩니다. 동네 사람들은 그 집을 관찰합니다. 5년쯤 지나서 ‘요즘 장사 어떠냐’ 묻고, 10년이 지나야 ‘우리 동네에 괜찮은 라면집이 있다’고 말합니다.”

임 목사는 “일본 선교 역시 하나님의 은혜가 어떻게 일본인에게 적용되고 확산될 수 있는지 기다려야 한다”며 “흘러가는 세월 속에서 변치 않는 복음의 맛을 지킬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인정받는 삶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임 목사는 “인정받는다는 것은 ‘나도 당신처럼 살고 싶다. 당신처럼 믿고 싶다. 복을 받고 싶다’는 반응”이라며 “눈에 보이는 전도지(紙)로서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목에서 그는 “일본인에게 인정받는 삶을 살기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일본인들은 박스나 폐지를 버릴 때 대충 내놓지 않습니다. 가지런히 각을 맞춘 다음 끈으로 깔끔하게 묶어 버립니다. 어떤 청소업체도 이런 요구를 하지 않지만 일본인들은 그렇게 버립니다. 거리를 다닐 때는 조용히 하고요. 매일 아침 집 앞을 청소합니다. 지하철에서 전화 통화는 일절 하지 않아요.”

한국서 온 단기선교팀이 이런 현지 문화를 모른 채 저지르는 실수도 언급했다. 단체 티셔츠를 맞춰 입고 길거리에서 떠들면서 전도활동을 한다면 일본인에겐 기독교가 아니라 사이비 신흥종교로 비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단기선교의 경우 뭘 하려고 하지 말고 배우는 시간으로 삼아야 한다”며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활동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일본에 ‘공기를 읽으라’는 말이 있어요. 이걸 못 읽으면 ‘이지메’(집단따돌림·왕따)를 당합니다. 한국에서 잘된다는 목회, 선교 프로그램이 일본에서는 빛을 발하지 못했습니다. 일본의 공기를 읽지 못한 이유입니다.”

임 목사는 일본에서 목회 활동을 하면서 선교학을 공부했다. 3년 전 인천 주안대학원대에서 ‘빛의 선교적 의미’를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일본 사회를 이해하기 위해 현지 일간지 2개를 10년 넘게 탐독했고 일본인을 적극 만나며 ‘일본 알기’에 힘썼다. 그는 일본생활에서 발견한 한·일 간 문화 차이를 이렇게 설명했다.

“한국인은 죄를 버린다 합니다. 일본인은 죄를 덮는다 말합니다. 한국은 비우는 문화, 일본은 덮는 문화입니다. 일본 음식은 그릇에 뚜껑이 있습니다. 식사를 마치면 뚜껑을 덮습니다. 다시 여는 것은 예의가 아닙니다. 한·일 과거사도 일본은 덮은 것이고, 우리는 아직 버리지 못했습니다. 문화가 이렇게 다릅니다. 한국은 가까워지는 걸 좋은 관계로 여기지만 일본은 거리를 두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가깝고도 먼 나라요? 가깝지만 완전히 다른 나라가 일본입니다.”

도쿄=글·사진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