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오전 예배를 앞둔 경기도 수원북부교회(고창덕 목사)에는 독특한 풍경이 펼쳐진다. 성도들은 예배당에 들어서면서 입구에 마련된 작은 통에 A4용지를 접어 넣는다. 통의 이름은 성경퀴즈함, 종이는 성도들이 한 주 동안 열심히 성경을 읽고 퀴즈의 답을 적어 온 문제지다.
이 교회 성도들이 매주 성경 문제지를 들고 주일을 맞은 건 고창덕 목사가 2001년 부임하면서부터다. 성도들이 흥미를 가지고 지속적으로 성경읽기에 동참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던 고 목사가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자기가 읽은 성경을 되짚어볼 수 있도록 문제를 풀어보면 어떨까 싶어 아이디어를 낸 것이다.
고 목사는 “낱말퍼즐 풀 듯 성경퀴즈를 풀면 먼지 쌓인 성경책이든 평소 잘 안 누르던 스마트폰 성경책 앱이든 한 번이라도 더 들여다볼 것이라 생각했다”고 했다. 고 목사는 교역자들과 함께 세부 그림을 그렸다. 성경 66권, 1189장을 52주로 나눈 뒤 한 주 동안 묵상할 분량을 정했다. 퀴즈 출제자를 정하고 문제유형도 점검했다.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성경인물과 주요 상황, 그 안에 담긴 메시지 등이 망라됐다. 문제지는 매주 교회 홈페이지에 게시해 남녀노소 누구든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밀린 문제지에 한꺼번에 답을 적는 걸 막기 위해 ‘한 주 제출이 늦어질 때마다 감점’이란 장치도 마련했다. 문제 난이도에 대한 질문에 고 목사는 “성경을 읽은 사람이라면 답을 못 찾는 게 더 힘들 것”이라며 웃었다.
마지막 시험지까지 퀴즈를 풀면 자연스럽게 성경을 통독할 수 있다. 고 목사는 “매년 초 성도들이 작심삼일로 꼽는 것 중 하나가 ‘성경 통독하기’인데 매주 예배당에 들어서며 문제지를 퀴즈함에 넣는 것만으로 매년 ‘성경 1독’을 달성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말엔 시상식도 연다. 고 목사는 “예배 후 문제지가 가득 쌓인 퀴즈함을 보고 있노라면 성도들과 주중에도 함께 성경을 묵상하고 있음을 느낀다”며 “하나님이 주시는 다양한 지혜와 방법으로 성도들이 성경과 더 가까워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톡톡! 우리교회-수원북부교회 성경퀴즈함] 한 주 동안 열심히 읽은 성경 퀴즈 풀어 주일예배 때 제출
입력 2017-10-17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