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수 논란’ 전문가 의견은 “대통령이 어색한 포석을 둔 이상 정치적으로 풀어야”

입력 2017-10-16 05:00



“대행 기간 구체 규정 없어 법적 절차적 문제 없지만 아주 정상적 상황은 아냐”
“굳이 밀어붙인 건 무리수… 가능하면 빨리 후임 임명, 청와대가 결자해지해야”
“직무유기 vs 정치행위” 野 국감 보이콧 엇갈려



김이수(사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체제 논란과 지난 13일 법사위 파행을 둘러싸고 여야가 대립하는 와중에 문재인 대통령까지 여기에 가세했다. 문 대통령은 14일 직접 페이스북을 통해 ‘야당 책임’을 지적했고, 야3당은 ‘적반하장’이라며 반발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15일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 비판은) 마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따라하기 같다”고 힐난했다.

청와대와 여당은 헌법재판소장 임기가 불명확한 만큼 국회가 관련법을 고친 이후 헌재소장을 지명하겠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반면 야당은 청와대가 새로운 후보자를 임명하는 게 정도이며, 권한대행체제를 장기화하는 것은 일종의 꼼수라고 비판하고 있다.

헌법학자와 정치학자 등 관련 전문가들은 대행체제 지속에 따른 위헌·위법 등 법리상 문제는 없다고 판단했다. 문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지난 9월 임명동의안 부결 후 헌법재판관 전원이 권한대행 지속에 동의한 만큼 대통령과 국회가 이를 인정·불인정할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정연주 성신여대 법대 교수는 15일 “평가나 가치판단의 문제가 아니라 절차상 적법하다”며 “대행 기간이 언제까지라는 규정도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사태의 1차적 책임 소재는 청와대에 있고, 야권의 국감 보이콧 주장 역시 과하다며 정치적 해법 모색을 권고했다. 특히 ‘정상적 상황은 아니며 후임 인사를 서두르는 게 맞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대통령이 지명을 미루는 행위가 정치적인 선택일 순 있지만 현 상태를 방치하는 것은 헌재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헌법 전공인 황도수 건국대 교수는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선택이고, (문 대통령이) 김 권한대행이 실질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는 발언을 한 것”이라고 해석하면서도 “가능하면 빨리 소장을 지명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김대환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헌재를 비상체제로 계속 가는 건 바람직하진 않다”고 했다. 헌재를 정치의 장으로 끌어들이는 행태 자체가 정치권과 사법부 모두에 부담이란 시각이다.

청와대의 무리수라는 비판도 나왔다. 김 권한대행이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부결돼 일종의 정치적 평가가 내려진 사안인데 밀어붙인다고 달라질 건 없다는 이유에서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굳이 대행체제를 계속하겠다는 건 청와대가 가진 정치력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야당의 국감 보이콧에 대해서는 해석이 엇갈렸다. 김대환 교수는 “법사위 국감 보이콧의 경우 야당으로선 그럴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야당으로서 ‘할 말은 하는’ 차원에서 가능한 정치행위라는 의견이다. 반면 과하다는 지적도 많았다. 정연주 교수는 “법적 문제가 없는 사안에 국감 보이콧으로 대응하는 것은 ‘뗑깡’이자 일종의 직무유기”라고 비판했다. 야권이 헌재소장 논쟁을 국감 파행의 빌미로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준일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회의 ‘직무 방기’라는 비판이 강하게 제기될 것”이라며 역풍 가능성도 제기했다.

전문가들은 헌재소장 파행을 풀어야 할 당사자는 결국 청와대라고 입을 모았다. 야권과의 대화를 통해 타협점을 찾는 노력이 정부·국회·사법부 모두에 가장 바람직한 해결책이라는 조언이다.

이정희 한국외대 정외과 교수는 “대통령이 어색한 포석을 둔 이상 야권 지도자들과 만나 정치적으로 푸는 게 가장 신속하고 올바른 방법”이라고 말했다.

정건희 신재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