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양창렬(28)씨는 주식시장이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는 뉴스를 볼 때마다 ‘딴 세상 얘기 같다’는 생각을 한다. 지난해부터 코스닥시장의 반도체 업종에 투자한 양씨가 거둔 수익률은 ‘-27%’다. 양씨는 “전망이 좋다는 상장사들의 공장을 직접 둘러본 후 약 2000만원을 투자했다”며 “실제로 기업의 실적은 좋은데도 주가는 대형주만 오른다”고 울상을 지었다.
주식시장에 ‘이중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대형주와 중소형주 사이에, 업종별로 양극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잘 나가는’ 업종에서도 대형주만 혜택을 본다. 양극화는 쉽게 해소되지 않을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대형주·반도체에 치우친 강세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본다.
한국거래소는 연휴 이후 4거래일 동안 대형주지수(코스피시장 시가총액 1∼100위 종목)가 1.71% 상승하면서 코스피지수 상승률(1.64%)을 웃돌았다고 15일 밝혔다. 같은 기간 중형주지수(시총 101∼300위 종목) 상승률은 1.35%에 그쳤다. 소형주지수(시총 301위 이하 종목)는 되레 0.13% 하락했다. 올해 초 대비로 보면 대형주지수 상승률(26.26%)과 중형주(4.09%), 소형주(-4.28%)의 차이는 더 뚜렷하다. 코스피시장과 코스닥시장 간 격차도 크다. 코스피지수가 올해 들어 22%대의 오름세를 보이는 동안 코스닥지수는 4%대 상승에 그쳤다.
업종 사이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나타난다. 올 들어 반도체 중심의 전기·전자 업종은 52.53%나 급등했다. 반면 운수장비 업종은 6.66% 하락했고, 유통업은 3.94% 오르는 데 그쳤다. 전기·전자 업종의 상승세는 상장사들의 ‘좋은 성적표’ 덕분이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반도체 수출 성적이 70% 이상 증가하는 등 전기·전가 업종 위주로 실적 개선세가 나타나고 있다”며 “미국 등 전 세계적으로도 IT 업종의 실적 호조에 관련 종목만 눈에 띄게 오르는 중”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다보니 대형주와 반도체 업종으로의 ‘쏠림’이 빚어진다. 반도체 업종에서도 삼성전자 등 대형주만 강세를 보이고, 대형주에서도 반도체 관련 업종만 웃는 것이다. 그 배경엔 외국인투자자가 있다. 이창환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자금은 주로 대형주에 투자해 대형주들이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중 양극화 현상’이 올해 말이나 내년 상반기까지 계속된다고 내다본다. 서 연구원은 “오는 23일부터 미국에서 알파벳, 아마존 등 정보기술(IT) 기업의 실적 발표가 이어진다”며 “실적 기대감에 따른 전기·전자 업종의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글=안규영 기자 kyu@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
반도체·대형주만 뛰는 증시… 양극화 깊어진다
입력 2017-10-16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