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분권 시대를 준비한다] 김관용 경북지사 “국가 경쟁력 키우려면 이젠 중앙 집권 벗어나야”

입력 2017-10-16 21:18
대한민국 시·도지사협의회장으로 지방분권을 이끌어가고 있는 김관용 경북지사는 “지역 경제 발전과 주민들 삶의 질 제고를 위해서라도 지방분권의 옷으로 갈아입을 때”라고 말한다. 경북도 제공

“지방분권 엔진으로 국가경쟁력을 키워야 할 때입니다.” 지방분권이 국민들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 요즘 지방정부 정책을 대변하는 대한민국 시·도지사협의회장으로 지방분권을 이끌어가고 있는 김관용 경북지사는 16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지방분권 큰 틀 속에서 제도적 장치 마련해야

지방분권이란 그동안 독점하다시피 한 중앙정부의 권한과 재원을 지방정부와 합리적으로 나누어 역할을 분담하는 것을 말한다.

중앙정부는 국가차원에서 미래를 위해 국방·외교·통상 등에 집중하고 식품위생, 재난 등 생활문제는 현장에 있는 지방정부에 권한을 넘겨서 스스로 지역문제를 책임지고 해결하도록 하는 것이다.

오늘날과 같은 다양성과 창조성이 강조되는 지식정보화 시대에는 중앙정부 중심의 행정과 정책으로는 지역의 다양성을 수용할 수 없으며 더 이상 지방발전을 기대할 수도 없다.

이런 이유에서 김 지사는 “지역 경제 발전과 주민들 삶의 질 제고를 위해서라도 이젠 지방분권의 옷으로 갈아입을 때”라고 말한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강력한 중앙집권체제로 급속한 산업화에 성공했지만 수도권 집중, 지방소멸 위기, 중앙정부의 문제 해결력 상실 등의 많은 문제점을 노출하게 됐다. 특히 긴급한 재난사태 발생 시 권한 없는 현장으로 중앙정부에 보고만 하다가 골든타임을 놓치는 경우가 발생해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진 사례도 있었다.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사태는 대형 인명사고에서 현장에 답이 있는 지방정부의 손발을 묶은 현행 중앙집권적 체제의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낸 사건이었다. 이제부터라도 더 이상 중앙집권의 폐단으로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하는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지방분권의 큰 틀 속에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방분권 채택 선진국 사례서 교훈 찾아야

세계는 지금 관(官)주도 및 중앙주도에서 민(民)주도 및 지방주도로 옮겨와 국가경영의 패러다임이 통치(Government)에서 협치(Governance)로 바뀌어가고 있다.

가까운 일본은 지방분권을 위해 475개 법률 일괄 개정(1999년)과 중앙·지방협력회의 신설(2011년)로 지방분권 시대를 열어 국가경쟁력 9위를 기록하고 있다.

프랑스도 지방분권 개헌(2003년)과 신지방분권법제정(2008년)으로 지방분권시대를 열어 지방정부의 자체수입이 72.1% 개선(2014년 기준)되는 효과를 얻고 있다. 더 나아가 가장 지방분권적인 정치체제를 가진 스위스는 연방헌법 제정(1848년)으로 직접 민주주의를 채택해 오늘날 국가경쟁력 순위 9년 연속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김 지사는 지금까지 경제성장을 뒷받침한 중앙집권이라는 국가운영의 기본 틀을 이제는 지방정부를 중심으로 한 다극체제인 지방분권으로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다.

지방분권을 헌법에 규정한 독일과 프랑스는 지방정부 주도로 세계적인 도시들을 키워냈고, 그 도시들이 국가경쟁력의 원천이 되는 선순환을 보여주고 있다.

이것이 바로 김 지사가 지방분권 선진국을 꿈꾸는 이유다. 세계 각국에서 국가발전의 새로운 동력을 지방분권에서 답을 찾았듯이 우리도 지방분권을 통한 지역경쟁력 강화로 새로운 성장엔진을 찾아야 할 때라는 것이다.

지방분권 개헌, 왜 해야 하고 무엇을 담나

지방분권의 출발점이자 핵심은 지방분권 개헌이다. 현행 헌법이 제117조와 제118조에서 지방자치를 규정하고 있지만 허울뿐인 지방자치였다. 국회가 제정한 법률의 위임이 없이는 지방자치단체가 활동할 수 없도록 손발을 묶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법령을 통해 전국적으로 지방에 하달한 획일화된 정책은 지방 실정에 맞지 않아 무용지물이 되거나 지역 발전에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결국 이름은 지방자치이지만 이를 수행하는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의 법령을 집행하는 하급기관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번 개헌에는 헌법 전문과 총강에 지방분권국가임을 천명하고, 자치조직권·자치입법권·자주재정권을 보장하는 근거조항을 마련해야 한다.

또 지방자치단체의 명칭을 지방정부로 변경하는 것과 지방의 국정 참여를 국회 차원에서 제도화하기 위한 지역대표형 상원제 설치도 담아내야 한다.

지방분권이 되면 먼저 중앙의 권한이 지방으로 획기적으로 이양돼 세계화·지방화에 걸맞는 다양한 지방정부 운영이 가능해진다. 이로 인해 중앙과 지방이 상호 협력적 수평관계로 국가운영의 건전성이 회복된다.

둘째 교부세율 인상, 고향사랑기부제 도입 등으로 지역 간 재정균형이 달성되고 국세·지방세 비중이 확대(8:2→6:4)돼 지방재정이 튼튼해진다.

마지막으로 지방정부의 자기결정권이 확대된다. 지역특성과 주민의 요구를 반영한 맞춤형 조직 및 제도 운영으로 지방정부마다 지역적 특색을 살린 다양한 정책들이 펼쳐져 지방정부의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다.

미국 영화 ‘설리-허드슨강의 기적’ 본받아야

김 지사는 미국 뉴욕 허드슨강에 불시착한 US에어웨이즈의 승객 및 승무원 155명이 전원 구조된 실화를 영화로 한 ‘설리-허드슨강의 기적’을 사례로 들었다.

그는 “이 사건은 절대 기적이 아니다”며 “미국의 재난대응시스템의 핵심인 철저한 현장지휘권에 따라 뉴욕 재난관리국(뉴욕의 재난관리 컨트롤타워)의 지휘 아래 산하 기관들 각자가 무엇을 해야 할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고 정해진 대로 움직인 시스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아직 지방정부가 지방분권을 받을 여건이 성숙되지 않았다고 한다. 물론 맞는 말일수도 있다.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체제이니 준비가 덜 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방자치를 시작한지 22년이 흘러 성인이 된 만큼 이제 권한을 주고 지켜봐야 한다. 지방정부는 지방분권 시대에 대비해 분권을 담을 그릇을 철저하게 준비하고 중앙의 권한을 어떻게, 얼마나, 어떤 방법으로 받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는 게 김 지사의 확고한 생각이다.

■ 경북 지방분권협의회 2012년 출범
올 2월 개헌 촉구결의 대회 개최
9월엔 헌법 개정 국민대토론회도


경북도는 2012년 지역분권운동 활성화를 위한 도민 마인드 향상과 공감대 확산을 위해 정계, 학계, 시민단체, 언론계 등 30명으로 구성된 경상북도 지방분권협의회를 본격 출범시켰다.

지방분권 촉진을 위한 기본계획 수립, 지방분권 정책과제 발굴 등 지방분권에 대한 전반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또 지방분권 활동의 제도적 뒷받침을 위해 ‘경상북도 지방분권촉진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이와 더불어 경북도의회에서도 지방의 경쟁력을 높이고 국가 균형 발전과 실질적인 지방분권 실현을 위해 9명의 위원으로 지방분권추진특별위원회를 구성(2012년)해 도와 함께 지역차원의 지방분권 활동을 해오고 있다.

올해 지방분권 활동은 2월에 포항에서 지방분권 공동전선 구축으로 개헌을 이뤄내기 위한‘지방분권개헌 촉구결의대회’로 출발했다.

나라가 위태로울 때마다 국난 극복에 앞장섰던 경북이 전면에 나서서 분권 운동의 불을 지피고 개헌 공동전선에 동참해 달라는 호소를 위해 추진됐다. 6월에는 그간의 지방분권 추진성과 점검과 새 정부 출범에 따른 지방분권개헌운동 활성화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제7차 경상북도 지방분권협의회 회의를 개최했다.

또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및 대구시와 공동으로 개헌에 대한 지역주민의 의견을 모으기 위해 지난 9월 ‘헌법 개정 국민대토론회’도 개최했다.

지방분권은 단순히 나누고 뺏는 의미가 아니다. 그간 중앙에 집중된 권력과 권한을 나누고 갈라서 기능과 역할을 분화시키고 이를 조화롭게 융합해 협치로 가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먼저 지역 시장·군수, 의원, 공무원 등 지방분권을 전파해야 할 리더들을 한자리에 모아 지방분권에 대한 철저한 이해와 국가개조의 틀을 짜는 지방분권 개헌 방안에 대한 지혜를 모을 ‘경상북도 지방분권 대토론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이와 더불어 대한민국 시·도지사협의회와 함께 중앙지에 지방분권 기획기사 게재, 권역별 지방분권토론회 및 지방분권 개헌 국회토론회 등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안동=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