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재판에 공정거래위원회 신영선 부위원장이 증인으로 나왔다. 우 전 수석은 신 부위원장의 증언에 고개를 가로젓는 등 불만을 표시하다 재판부로부터 강력한 경고를 받았다. 우 전 수석의 태도에 이목이 쏠렸지만, 신 부위원장의 이날 증언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신 부위원장은 2014년 12월 CJ의 불공정행위 사건 처리 당시 우 전 수석으로부터 CJ E&M을 고발하라는 취지의 외압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런데 공정위는 불과 1년 전 이런 진실을 외면했었다. 당시 국민일보는 ‘CJ사건 처리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외압이 있었다’(2016년 11월 17일자 1·5면)고 보도했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해명자료를 내고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업무협의를 명목으로 의견을 교환한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발뺌했었다.
공정위의 거짓말은 상습적이다. 2015년 말 신규 순환출자 금지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때 브리핑을 했던 담당 과장은 “삼성 외에 현대차 그룹도 조사 중이냐”는 기자들 질문에 “모른다”고 잡아뗐었다. 공정위는 거짓말이 들통 나자 기자단에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그때뿐이었다.
지난 13일 재판에서 보듯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승인 사건, CJ 불공정행위 제재 사건 등에서 공정위의 부적절한 처신이 거듭 확인되고 있다. 하지만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적폐 청산 의지는 약하다. 김 위원장은 “굳이 실명사건을 거론하지 않아도 다 알지 않느냐”고 한다.
공교롭게도 김 위원장 출범 이후 이런저런 거짓말에 연루된 관계자들은 유임되거나 좋은 보직을 받았다. 마치 대기업들이 불공정행위를 주도한 임원들에게 겉으로 징계하는 척하면서 뒤로 고속 승진시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적폐청산은 입에 발린 말이 아니라 구체적인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다.
세종=이성규 경제부 기자 zhibago@kmib.co.kr
[현장기자-이성규] 공정위의 상습적 거짓말
입력 2017-10-16 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