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공수처 방안, 슈퍼 공수처 우려에 인력·규모 슬림화

입력 2017-10-15 21:57 수정 2017-10-15 23:21



수사 대상에 현직 장성과 금감원 직원 등 제외된 데다
수사 대상 범죄행위도 축소… ‘유명무실 공수처’ 논란 소지



법무부가 15일 공개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안은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개혁위)의 권고안을 바탕으로 했지만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고 ‘슈퍼 공수처’ 논란을 불식하기 위해 손질한 부분이 적지 않다.

법무부안의 대표적 특징은 정치적 중립성 확보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무엇보다 공수처장 인선 권한을 국회에 넘겼다. 국회에 설치된 추천위원회가 후보 2명을 추천하면 국회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협의 후 국회에서 1명을 선출해 대통령이 임명키로 했다. 추천위가 대통령 영향력 아래에 있어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할 수 없다는 우려를 해소하고 정치적 중립 및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구현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게 법무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추천위가 어느 정도 중립성을 담보할지는 미지수다. 법무부 장관,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협회장, 국회 추천 4인으로 추천위를 구성한다고 하지만 대통령이나 정부여당의 영향력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국회에서 협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개혁위안처럼 추천위가 추천한 후보 2명 중 대통령이 1명을 지명한 후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키로 했다. 지금처럼 여야 공방이 이어질 경우 국회가 직접 공수처장을 선출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 수 있다.

법무부는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 등 의원들의 기존 발의안에 포함된 ‘일정 수 국회의원의 연서로 수사가 개시될 수 있다’는 규정도 포함하지 않았다. 국회 요구로 수사가 시작되면 결국 공수처가 정쟁의 수단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반영됐다.

공수처의 수사인력이 개혁위안에 비해 절반 가까이 줄어들면서 양질의 수사가 가능할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법무부안은 공수처 규모를 검사 25명, 직원 50명(수사관 30명)으로 규정했다. 검찰 특수부 3개 수준으로, 광범위한 수사 대상을 고려하면 이 같은 규모로는 인지 수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시각이 많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는 방안, 그로 인해 수사력이 떨어져 허수아비 기관이 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수처의 수사 대상도 적지 않게 축소됐다는 평가다. 개혁위안의 ‘현직 및 퇴직 후 3년 이내의 고위공직자와 그 가족’에서 ‘3년’ 부분이 ‘2년’으로 바뀌었다. 중앙행정기관 등의 고위공무원단 범위도 ‘정무직공무원 및 고위공무원단에 속하는 공무원’에서 ‘정무직공무원’으로 축소됐다. 일반 고위공직자의 형제자매도 수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비공직자 성격이 강한 금융감독원 직원은 제외했고 장성급 장교는 군사법원과의 관할 문제 등으로 전직에 한해 수사키로 했다.

법무부는 기소만 하지 않는다면 현직 대통령도 수사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실제로 수사가 가능할지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다. 장 교수는 “수사와 기소는 이어지는 것인데 현직 대통령의 경우 수사는 현 정부에서 하되 기소는 차기 정부로 넘긴다는 건 잘 맞지 않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수사 대상 범죄의 범위도 협소해졌다. 수사 대상이 되는 특정범죄 중 문서죄·재산죄와 관련해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이 있어야 한다’는 부분이 법무부안에 추가됐다. 개혁위안은 ‘고위공직자 범죄 등의 수사 또는 공소 중에 인지된 범죄’를 공수처 수사 범위에 포함했지만 법무부안은 ‘고위공직자 직무범죄 수사과정에서 인지된 직접 관련범죄’로 한정했다. ‘직접’이란 문구가 더해진 것이다.

수사 대상이 되는 검사 및 경찰 고위직의 범죄 행위도 축소되면서 수사기관 비리 척결 의지가 약해진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개혁위는 검사 또는 경무관급 이상 경찰의 경우 일반 고위공직자와 달리 모든 범죄를 공수처가 수사할 수 있도록 했지만 법무부는 이를 별도로 규정하지 않았다. 검사가 저지른 범죄라도 특정범죄 및 관련범죄에 해당하지 않을 경우 공수처의 수사 대상에 제외되는 것이다.

법무부안은 공수처의 수사와 중복되는 타수사기관의 범죄 수사에 대해 공수처장이 진행 정도와 공정성 논란 등을 고려해 요청하는 경우에만 공수처에 이첩하도록 했다. 공수처장의 요청이 없어도 고위공직자 사건을 이첩하거나 수사 여부를 공수처에 통보하도록 했던 기존안과 달라진 부분이다. 공수처의 수사 우선권이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향후 검경과 공수처가 고위공직자 수사를 두고 마찰을 빚을 가능성도 커졌다.

신훈 이가현 기자 zorba@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