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영, 내년 LPGA 무대 직행 우승 샷

입력 2017-10-15 18:39 수정 2017-10-15 21:20
고진영이 15일 인천 스카이72 오션코스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 투어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우리나라 도자기 형상의 트로피를 들고 웃고 있다. 고진영은 이번 우승으로 내년 LPGA 투어에 직행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LPGA KEB하나은행 챔피언십 대회 본부 제공

국내에서 열리는 유일한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 투어 대회 KEB하나은행 챔피언십 마지막라운드가 열린 15일 인천 스카이72 골프클럽 오션코스(파72·6316야드).

아침부터 이 대회장은 갤러리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특히 오전 10시22분 챔피언조가 티샷을 시작할 때는 절정이었다.

그럴 만 했다. 공교롭게도 전 라운드에서 1∼3위를 한 선수가 묶이는 챔피언조에 박성현(24)과 전인지(23), 고진영(22) 등 LPGA 대표 한국 선수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간판이 맞붙는 ‘빅매치’가 성사된 것이다.

가장 많은 응원단이 온 쪽은 박성현과 전인지였다. 300명 이상이나 되는 박성현의 팬클럽 ‘남달라’ 회원들은 ‘우리는 당신을 항상 응원합니다’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박성현 파이팅”을 외쳤다. 박성현의 한 팬은 “이번에 우승해서 세계랭킹 1위까지 차지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박성현 팬클럽과 비슷한 규모인 전인지의 공식 팬클럽 ‘플라잉 덤보’도 ‘더 즐겁고 신나게 즐겨요! 덤보 파이팅’이라는 플래카드를 펼치며 열띤 응원전을 벌였다. 고진영 팬클럽은 다소 작은 50여명에 불과했지만 ‘GO'라는 문구가 새겨진 핑크색 모자를 맞춰 쓰고 고진영에게 힘을 실어줬다. 티샷뿐 아니라 세 선수가 매 홀을 돌며 플레이 할 때마다 1000여명의 구름관중이 뒤를 따랐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15일 마지막라운드에 총 3만1726명의 갤러리가 입장했다고 밝혔다. 주최측에 따르면 이 대회가 2014년부터 4라운드 포맷으로 전환된 이래 한 라운드에서 3만명이 넘는 갤러리가 입장한 것은 처음이다. 1라운드부터 포함하면 총 6만1996명이 들어와 이 역시 대회 최다기록을 갈아치웠다.

열띤 응원전만큼 치열한 플레이가 이어졌다. 전날까지 2타차 단독 선두로 출발한 고진영이 초반 보기 두 개를 적어내는 사이 박성현이 5번홀까지 3타를 줄이며 단독 선두로 나섰다. 그러자 고진영이 7∼9번홀 3연속 버디로 선두를 탈환했다. 승부의 추는 14번홀에서 고진영쪽으로 기울었다. 파4홀에서 박성현이 두 번째 샷을 그린에 잘 올려놓고도 스리 퍼트 보기를 범해 고진영과의 격차가 2타차로 다시 벌어졌다. 16번홀에서 박성현과 전인지가 나란히 1타씩 잃은 반면 고진영은 1.2m 거리의 까다로운 파 퍼트를 성공했다.

결국 고진영은 최종합계 19언더파 269타로 우승을 차지했다. 박성현과 전인지는 각각 2타, 3타차로 2위와 3위에 머물렀다. 생애 첫 LPGA 투어 우승컵을 거머쥔 고진영은 내년 LPGA 투어에 직행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고진영은 “하나님이 도우셔서 우승할 수 있었다”며 “미국이나 영국에서 열리는 LPGA 투어에 많이 나갔는데 첫 승을 한국에서 하게 돼 영광”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다만 내년 미국 진출에 대해선 “부모님과 좀 더 고민을 해 봐야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인천=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