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공정위, 가습기 살균제 업체 봐주기 의혹
입력 2017-10-15 18:29 수정 2017-10-16 23:20
“공소시효 연장 위한 방안 강구, 중요성 감안 전원委 처리를”
내부 의견 수뇌부서 묵살… 소위원회 주심 전력 논란도
전해철 의원 “업체에 면죄부”
공정거래위원회 수뇌부가 지난해 가습기 살균제 표시광고법 위반 사건을 처리할 당시 이 사건을 중요사안으로 다뤄야 한다는 내부 의견을 묵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사건과 관련해 공정위 관계자 일부는 공소시효를 늘리기 위해 위법행위 종료시점을 연장해 조사하거나 중요사안임을 감안해 공정위원장이 위원장인 전원위원회에서 처리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또 공정위는 상임위원이 주심을 맡는 소위원회에서 이 사건을 처리하면서 위법성을 인정한 심사보고서 결론을 토대로 합의참고자료를 만들 때 위법 의견을 1안이 아닌 2안으로 미룬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위 스스로 가습기 살균제 업체를 봐줬다는 의혹을 불러일으켰다는 지적이다.
15일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의원실에 따르면 이 사건을 조사한 공정위 서울사무소는 지난해 8월 SK케미칼과 애경에 각각 250억원, 8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해야 한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이들 업체가 독성물질인 메틸클로로이소티아졸리논·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MIT)을 가습기 살균제 주요 성분으로 쓰면서 이를 인체에 유익한 것으로 광고했다고 판단했다.
이런 내용의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 격)를 심의할 주체를 놓고 공정위 일부에서 중요사안인 만큼 공정위원장을 포함해 9명의 상임·비상임위원 전체가 참여하는 전원위원회에서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그러나 당시 공정위 수뇌부는 담합이나 일감 몰아주기 같은 중요사안이 아닌 표시광고법 관련 사건이라는 이유로 소위원회에 사건을 배당했다. 소위원회가 열리기 직전 공정위 내부용으로 만들어진 합의참고자료에서는 두 가지 결론을 제시했다. 우선 심사보고서 내용처럼 소비자를 기만한 위법한 광고라는 결론, 사실관계 확인이 곤란한 만큼 판단을 유보하는 심의절차 종료를 해야 한다는 결론이었다. 통상 1안이 심사보고서상 결론을 바탕으로 제시되는 것과 달리 이 사건에서 1안은 심사보고서와 상반된 심의절차 종료 의견이 제시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심사보고서 내용에 특별히 잘못된 법적 해석이 없으면 1안으로 제시된다”면서 “순서는 중요하지 않다고 하지만 위원들이 이를 참고해 최종 결론을 내리는 만큼 1안과 2안 순서는 민감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 사건을 다룬 소위원회의 주심 A씨가 2006년 공정위 과장 재직 당시 민간휴직 명목으로 김앤장법률사무소에 1년간 근무한 것을 감안해 주심을 교체해야 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또한 조사 착수 당시 위법행위 종료시점을 광고 종료인 2011년 8월이 아닌 최종 제품 판매시점으로 연장해 충분한 조사를 해야 했다는 지적도 있다. 공정위는 조사 5개월 만인 지난해 8월 서둘러 판단을 내린 이유로 최종 광고 시점에서 5년인 공소시효를 넘기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했었다. 전 의원은 “핵심 근거인 환경부의 공식 의견 조회도 없이 사실상 업체에 면죄부를 준 공정위의 심의절차 종료 결정은 문제가 있다”며 “가습기 살균제 진상조사 태스크포스(TF)가 공정위를 감싸기 위한 결론을 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