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황금보다 비싼 씨앗’이라더니 ‘골든 시드 프로젝트’ 실적 미미

입력 2017-10-15 18:20 수정 2017-10-16 13:23

‘황금보다 비싼 씨앗’이라는 구호 아래 정부가 대대적으로 추진한 종자개발 사업 ‘골든 시드 프로젝트(GSP)’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체 수출실적이 목표의 74%에 불과하다. 더욱이 정부가 수출용 종자개발에 몰두하면서 정작 국내에 심을 종자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는 일이 빚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이 15일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3년부터 올해까지 GSP 사업에 1805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것으로 집계됐다. GSP는 고부가가치 종자를 개발한다는 명목으로 2011년부터 추진된 국가전략형 종자 연구·개발(R&D) 사업이다.

정부는 해외 수출에 초점을 맞춰 GSP 사업을 진행했다. 총 236개 연구과제 가운데 수출 관련 과제는 약 36%를 차지했다. 열대아시아 지역과 지중해 연안 지역에서 잘 자라는 벼 품종 개발, 중국 토양에 적응할 수 있는 감자 품종 육성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GSP 사업의 수출 실적은 초라했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누적된 수출 실적을 살펴보면 채소종자 실적은 수출 목표의 95%를 달성했지만 원예종자의 경우 70%에 그쳤다. 수산종자와 식량종자는 각각 12%, 1%에 머물렀다. 가축종자 수출은 아예 실적이 없다.

세계적 종자기업을 유치해 전진기지로 삼겠다던 ‘김제민간육종연구단지’ 조성은 엉터리 설계로 입주기업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밭에 흙이 적고, 농지 주변으로 3m 이상의 경사지대가 있어 영농작업에 방해가 됐다. 배수로도 깔지 않았다가 입주기업들의 요청으로 뒤늦게 공사가 진행되기도 했다. 농업과 무관한 비전문업체가 시공한 탓이다.

또한 현실성이 떨어지는 GSP 사업에 ‘올인’하던 정부는 국내에 심을 종자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했다. 국립종자원이 확보한 콩·팥·옥수수 등 벼 이외 작물의 종자는 281t에 그친다. 파종 가능 면적은 6381㏊다. 이는 내년에 쌀생산조정제로 벼 외의 품종을 심어야 할 경작지 면적(5만㏊)에 크게 못 미친다.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이 추진하는 사료용 벼 종자 390t이 추가 확보돼도 파종가능 면적은 여전히 쌀생산조정 계획면적의 28%에 불과하다. 결국 부족한 종자는 해외에서 들여올 수밖에 없다.

세종=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