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의 난, 팬들은 시위 협회는 멘붕…평가전 참패 신태용 귀국

입력 2017-10-15 18:39
신태용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왼쪽)과 김호곤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겸 기술위원장이 유럽 원정 평가전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15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아래 사진은 이날 ‘축구를 사랑하는 국민(축사국)’ 회원들이 인천국제공항 귀국장에서 ‘한국 축구 사망했다’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신 감독과 김 위원장 등의 사퇴를 촉구하는 기습 시위를 벌이는 모습. 인천공항=윤성호 기자

유럽 원정 평가전 2연전에서 참패한 신태용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이 귀국하자마자 맞닥뜨린 것은 팬들의 거센 비난이었다. ‘축구를 사랑하는 국민(축사국)’ 회원들은 15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서 신 감독의 귀국에 맞춰 기습 시위를 준비했다. 이들은 ‘문체부는 축협(대한축구협회) 비리 조사하라’, ‘한국 축구 사망했다’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신 감독을 기다렸다.

축구협회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신 감독과 김호곤 기술위원장을 다른 통로로 급히 이동시켰다. 이 사실을 확인한 축사국 회원들은 “비리로 물든 축구협회 각성하라”, “김호곤과 축협 지도부는 전원 사퇴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공식 경기가 아닌 평가전이 끝난 뒤 팬들의 시위가 발생하기는 이례적이다. 그만큼 현 대표팀의 경기력에 대한 분노가 크다는 의미다.

축사국 우병철(55) 회장은 “축구협회 및 감독, 기술위원장은 사과하고 새로운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며 “현 감독 체제로는 답이 없으니 제 1안은 거스 히딩크 감독 선임이며, 그게 안 된다면 세계적으로 능력을 인정받는 유능한 감독을 영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태용호’는 지난 7일과 10일 러시아, 모로코와의 평가전에서 잇달아 무기력하게 패하는 등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2경기 포함, 2무 2패 3득점 7실점의 초라한 성적을 냈다. 신 감독은 특히 기대 이하의 전술과 용병술로 비난을 자초했다.

신 감독은 기습시위로 인해 당초 공항에서 예정됐던 귀국 인터뷰를 취소하고 이날 오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굳은 표정으로 “두 경기 결과가 실망스러워 마음이 편치 않았다. 공항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팬들의 시위) 상황을 마주하니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히딩크 복귀’ 여론에 대해서는 불쾌한 심정을 감추지 않았다. 신 감독은 “최종예선 2경기를 남겨 놓고 감독에 선임된 후 기자회견 때 ‘9회 연속 월드컵 진출이 목표’라고 이야기했다”며 “경기 내용을 떠나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는데 왜 이런 부분이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신 감독은 11월부터 성과를 내보이겠다고 밝히며 일부 퇴진 여론에 대한 거부 방침을 명확히 했다. 신 감독은 “11월부터 러시아월드컵 본선에 나설 핵심선수들로 대표팀을 꾸리겠다. 소속팀에서 많이 뛰는 선수들을 뽑아 수비 조직력을 다져 이길 수 있는 경기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다음 달 A매치 두 경기를 모두 국내에서 치를 예정이다. 일본이 브라질·벨기에와의 평가전을 일찌감치 예고한데 반해 한국은 아직 상대를 확정하지 못했다. 16일 발표되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중국에 추월당할 처지에 놓인 한국은 강팀들을 초청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하지만 신 감독은 “협회에 최고의 팀들을 불러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김 기술위원장은 “우리 선수들의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다. 이제 선수들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용기를 줘야 하는 시점이라고 생각한다”며 대표팀에 대한 격려를 당부했다.

이어 “11월 A매치 2경기, 12월 동아시안컵, 내년 1∼2월 전지훈련이 끝나면 내년 3월 평가전부터 대표팀의 조직력이 일정 궤도에 오를 것으로 본다”고 희망 섞인 전망을 내놨다.

김태현 기자, 인천공항=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 사진=윤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