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통한 북핵 해결 움직임 ‘주목’

입력 2017-10-15 18:42

김덕룡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은 14일(현지시간) “미국이 러시아를 통해 북한을 설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평통 미주지역 협의회 출범식 참석차 방미 중인 김 수석부의장은 워싱턴DC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미국이 중국을 통해 제재를 강화해 북한을 압박하고, 러시아를 통해서는 북한을 비핵화 대화에 끌어들이는 전략을 쓰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그러면서 “내가 밝힐 입장은 아니지만 북·미 간 접촉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최근 들은 정보에 의하면 북한도 이제는 미국과 대화를 하겠다는 준비가 돼가는 게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북한과 미국 정부 관계자의 최근 러시아 방문이 부쩍 잦아지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북한 외무성 최선희 북미국장은 지난달 25∼30일 러시아에 머물면서 올레그 부르미스트로프 러시아 외무부 특임대사를 만나는 장면이 목격됐다.

앞서 미 국무부 조셉윤 대북특별대표도 같은 달 12∼13일 모스크바를 찾아 이고리 모르굴로프 러시아 외교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을 만나 북한 문제를 협의했다. 러시아를 매개로 북·미가 대화를 모색하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오는 19일부터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핵 비확산 국제회의를 계기로 북·미 간 반민반관(半民半官)의 ‘1.5트랙’ 대화가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에서는 최 국장이 비확산 회의에 참석하며, 미국에서는 웬디 셔먼 전 국무부 차관이 참석한다.

김 수석부의장은 “우리가 북핵을 두고 살 수는 없다”면서도 “군사옵션이 전쟁으로 간다면 그 피해는 우리에게 돌아오기 때문에 어찌됐든 한반도 평화는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북한이 핵에 대해 체제를 지켜주는 것으로 생각했다가 막상 완성단계에 이르니 엉뚱하게 핵을 갖고 무력통일도 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망상을 가질 수 있다”며 “북한은 망상을 깨고 대화 요구에 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러시아를 방문 중인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13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한국특파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러시아와 중국이 제안한 북핵 문제의 평화적·단계적 해결 구상인 ‘로드맵’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대통령 직속기구인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인 송 의원은 “현재 한·미 정부는 로드맵 구상에 부정적이지만 이는 상호 불신 때문”이라며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만나 ‘만일 북한이 이 제안을 진지하게 검토할 자세가 돼 있다면 한국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피력했다”고 소개했다.

송 의원은 “북한이 최선희 국장을 (지난달과 이달 중순) 두 번이나 러시아에 보내는 것을 보면 대화 의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 정부도 한반도 위기상황 타개를 위해 러·중 로드맵에 기초한 북한과의 대화를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