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가 출범한 뒤 처음 실시되는 국회 국정감사가 시작부터 실망을 주고 있다. 걱정했던 대로 무책임한 정치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고작 이틀 밖에 안 됐는데 정회 소동을 벌이다 파행으로 끝난 상임위원회가 속출했다.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자격문제로,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는 국정교과서 여론조사 의혹 때문에 국감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국회가 정부의 국정운영을 엄정하게 따져 잘못을 바로잡겠다는 본래 취지가 국감이 시작하자마자 실종된 것이다. 매년 그랬지만 올해는 더 심각하다.
‘짜증만 유발하는 국감’은 이번 주에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북한의 핵 협박에 대응하는 한·미연합훈련이 시작되는 중요한 시기임에도 16일 열리는 국방위원회 국감에서는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정치개입 사건을 놓고 말싸움만 벌어질 것이 뻔하다. 교문위는 이번에는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화이트리스트로 공방을 벌일 것이다. 다른 상임위도 비슷하다. 그런데도 여야는 책임을 미루며 상대방을 비난하기에 바쁘다. ‘정치보복 대 적폐청산’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고장난 녹음기처럼 들어도 그만, 안 들어도 그만인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의 주도권을 빼앗길 수 없다는 생각에 “이런 국감을 무엇 때문에 계속하느냐”는 여론은 안중에도 없다.
많은 국민이 헌법을 개정하면 국감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심지어 ‘국감이 적폐’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국감이 정부의 독단을 견제하고 잘못된 국정을 바로잡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던 점을 고려하면 안타까운 일이다. 여야는 여론이 왜 이렇게까지 나빠졌는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국감의 필요성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고 본연의 자리로 돌아와야 한다. 불필요한 정치공세를 당장 중단하고 국가안보와 경제회생에 도움이 되는 정책을 찾아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
[사설] 시작부터 실망스런 국감, 뻔한 싸움 당장 그만두라
입력 2017-10-15 17: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