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금호타이어 매각, 정치권 개입으로 무산” 본보, 산은 보고서 입수

입력 2017-10-15 18:36 수정 2017-10-15 22:32

금호타이어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이 금호타이어의 해외매각이 무산된 주요 원인으로 ‘노조, 지역경제, 정치권의 반대’라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작성한 사실이 15일 확인됐다. 정치권이 개입해 해외매각이라는 선택을 할 수 없도록 가로막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국민일보가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해 입수한 산은의 ‘금호타이어 매각 추진 현황’ 및 ‘금호타이어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산은은 ‘금호타이어 매각 이외의 정상화를 위한 대안이 사실상 없다’고 판단해 계약을 성사시키려 했다.

2010년 유동성 위기로 워크아웃에 들어간 금호타이어는 2014년 12월 워크아웃 졸업 이후 2년 연속 적자를 냈다. 올해도 적자가 예상된다. 산은과 우리은행 등으로 구성된 채권단은 지난 3월 중국 타이어업체 더블스타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채권단 보유지분 42%를 매각하는 협상을 진행했지만 지난달 12일 결렬됐다.

산은은 매각 무산 배경으로 ‘더블스타의 무리한 가격조정 요구’ ‘금호그룹의 상표사용 비협조’ ‘노조와 지역경제, 정치권의 해외매각 반대’ 등 3가지를 꼽았다. 그러나 산은 보고서를 살펴보면 산은은 매각가격이 하락해도 더블스타 매각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상표사용 문제도 금호그룹의 요구를 수용해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결국 노조·정치권 반대가 매각 무산의 결정타였다고 에둘러 비판한 셈이다.

실제 금호타이어 전·현직 임원과 노조, 협력사·하청업체가 주축이 된 매각저지대책위 등 노사는 ‘매각 결사반대’ 주장을 고수했다. 금호타이어가 위치한 호남 지역을 주력으로 하는 국민의당도 공공연히 매각 반대 입장을 밝히는 등 산은을 압박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대선 경선 당시 “가뜩이나 어려운 호남 경제를 지켜야 한다. 쌍용자동차의 고통과 슬픔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며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백운규 산업통산자원부 장관은 지난달 4일 더블스타와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금호타이어는 박삼구 회장이 재인수하면 좋다”는 발언을 내놓았다. 정무위 관계자는 “대통령과 관련 장관, 의원들이 한목소리로 반대하는데 어느 해외업체가 선뜻 매입하려 하겠느냐”며 “결국 정치논리가 경제논리를 압도한 것이고,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비판했다.

해외매각이 무산된 금호타이어는 독자회생이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자율협약 형태로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산은은 금호타이어 정밀실사 절차에 돌입했고, 그 결과에 따라 재매각 등 여부가 결정된다. 이 과정에서 채권단의 추가자금 투입이 불가피해 보인다. 업계는 금호타이어에 추가로 지원해야 할 신규자금 규모를 2000억∼400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채권단은 금호타이어가 2010년 워크아웃에 착수한 이후 채권 회수 없이 이미 3조9000억원을 투입했다. 금호타이어 측은 이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노용택 정건희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