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수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체제에 대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청와대가 김 대행 체제를 당분간 유지하겠다고 밝히자 야당은 헌재의 국정감사 보이콧 카드로 맞섰다. 1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헌재 국감은 야당 의원들이 김 재판관이 소장 권한대행직을 유지하는 것을 문제 삼으면서 시작도 못 해보고 1시간30분 만에 끝났다. 헌재 국감이 파행된 것은 2003년 이후 14년 만이다. 국감을 언제 할지 날짜도 잡지 못했다. 야당은 김 대행 체제가 유지되는 한 국감을 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파행이 장기화될 태세다.
김 대행 체제를 놓고 청와대·여당과 야당 간 공방도 격화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페이스북을 통해 “헌법재판소법에 의해 선출된 헌재소장 권한대행을 두고 위헌이니 위법이니 하며 부정하고 업무보고도 받을 수 없다고 하는 것은 국회 스스로 만든 국법질서에 맞지 않는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헌재가 지난 정부 때 김 재판관을 소장 권한대행으로 선출했고 국회의 임명동의안 부결 후 재판관 전원이 그의 권한대행 수행에 동의한 점을 상기시켰다. 김 대행 체제에 문제가 없음을 강조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도 야권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청와대 지원 사격에 나섰다. 반면 야 3당은 “국회에서 부결된 헌재 후보자의 권한대행 체제를 밀어붙인 청와대야말로 헌법 정신을 정면으로 부정했다”며 반박했다.
헌재는 지난 1월 박한철 소장 퇴임 뒤 대행 체제다. 청와대가 지난 10일 기간을 명시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김 대행 체제를 유지한다고 밝힌 이상 현 체제는 김 재판관 임기가 끝나는 내년 9월까지 어이질 공산이 크다. 그렇게 되면 헌재는 20개월을 대행 체제로 운영되는 셈이다. 전례가 없는 일이다. 여기에 이유정 재판관 후보자가 주식 대박 논란으로 자신 사퇴함에 따라 ‘8인 재판관 체제’도 9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헌법적 비상상황도 아닌데 이런 방식이 정상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대통령은 법치주의의 최후 보루인 헌재가 제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할 의무가 있다. 헌법 정신에 충실하려면 문 대통령은 편법적인 대행 체제보다는 새 소장 후보자를 찾는 정상적인 절차를 하루빨리 밟아야 한다. 소장의 임기 문제도 시급히 해소돼야 한다. 현행 헌재법에는 재판관의 임기만 6년으로 규정돼 있을 뿐 소장의 임기에 대한 규정이 없다. 이 때문에 현직 재판관이 소장으로 임명될 경우 새로 6년을 보장해야 할지, 잔여 임기만 수행해야 할지를 두고 논쟁이 반복돼 왔다. 현재 국회에는 소장 임기와 관련한 2건의 법안이 제출돼 있는 상황이다. 국회는 더 이상의 시비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관련 법안 심의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행정부와 입법부는 ‘네 탓’ 공방을 벌이기 전에 맡은 책무를 다했는지부터 곰곰이 살펴보길 바란다.
[사설] 청와대는 새 헌재소장 지명하고 국회는 임기 정리해야
입력 2017-10-15 17: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