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수 달·명절 상여금, 통상임금 아니다”

입력 2017-10-15 18:56 수정 2017-10-15 22:12
짝수 달과 설·추석에 재직한 노동자들에게 지급된 상여금은 통상임금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러한 상여금은 “근무 다음날 퇴직한다 하더라도 당연히 지급받게 된다”는 ‘고정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판단에서다.

대법원 3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엘리베이터 설치업체 T사 근로자 김모씨가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5일 밝혔다. T사는 2012년 단체협약에 따라 짝수 달과 설·추석에 기본급과 수당의 100%씩 총 800%의 상여금을 지급했고, 이를 통상임금 산정에서 제외해 왔다. 김씨는 이 상여금이 통상임금처럼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됐으므로 회사는 통상임금을 재산정해 추가 수당을 줘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2심까지는 “회사가 5355만여원을 지급하라”며 김씨 손을 들어줬지만 대법원은 “통상임금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고정성을 갖춘 임금’을 “근로자가 임의의 날에 소정근로를 제공하면 추가적인 조건의 충족 여부와 관계없이 당연히 지급될 것이 예정돼 지급 여부나 지급액이 사전에 확정된 임금”으로 전제했다. 지급기준일에 재직하지 않은 근로자에게는 주지 않았던 T사의 상여금은 이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었다.

통상임금 소송에서 상여금의 고정성 여부는 회사들의 단체협약과 임금 규정에 따라 엇갈린 판단을 받고 있다. “결근·휴직·지급일 이전 퇴사자에 대해서는 일할계산한다”는 규정으로 지급돼온 기아차의 상여금은 지난 8월 1심에서 고정성을 갖춘 통상임금으로 판단됐다. 하지만 “근무일수가 한 달 중 15일 이상일 경우에만 지급한다”고 제한된 현대차의 상여금은 2심까지 고정성을 인정받지 못한 상태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