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가 울긋불긋 물들고 있다. 신차를 중심으로 화려한 색감을 자랑하는 유채색 차량이 화이트·블랙·실버 등 무채색 계열이 대세였던 자동차 시장에 서서히 색깔을 입히고 있다. 특히 소형 SUV뿐 아니라 고급 세단도 유채색으로 옷을 갈아입고 있다.
중형 세단, 유채색 바람
16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중형 세단에서도 다채로운 색깔을 찾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출시 첫날 2100대의 계약실적을 기록한 현대·기아자동차의 제네시스 G70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제네시스 G70의 경우 ‘로열 블루’ ‘블레이징 레드’ ‘레피스 블루’ ‘엠버 브라운’ 등 유채색 컬러 비중이 19%나 된다. 그랜저 IG 등 중대형 차나 쏘나타 등 중형차에서 유채색 컬러 선택률이 평균 10% 내외에 그치는 것에 비하면 2배 가까이 높은 수치다.
유채색 안에서도 선호하는 색상이 다양화되고 있다. 유채색을 선택한 여성고객 중 37%는 ‘블레이징 레드’를, 유채색을 선택한 남성고객 중 60%는 ‘레피스 블루’ 컬러를 선택해 대조를 이뤘다.
르노삼성자동차의 SM6도 비슷하다. 중형 세단 트렌드에 따라 무채색 비중이 여전히 높긴 하지만 최상위 RE 트림에만 적용되는 보랏빛 계열의 ‘아메시스트 블랙’은 해당 트림 내 선택률이 약 20%로 높은 편이다. 자수정의 보랏빛에서 영감을 얻은 색상으로, 보는 각도와 조명에 따라 검정에서 보라까지 색깔이 달라진다.
무지개 같은 소형 SUV, 경차 색상
자동차 시장을 휩쓸고 있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SUV) 차종에서는 유채색이 더욱 강렬하고 과감해지고 있다. 자동차 색상으로 개성을 표현하고 싶어 하는 2030세대가 주 고객층이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출시된 기아차 스토닉은 구매 고객 중 36.6%가 유채색을 골랐다. 이는 스포티지(14%)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컬러도 ‘스모크 블루’(27.1%) ‘시그널 레드’( 6.6%) 등 강렬한 색감이 전통적인 화이트, 블랙 계열만큼이나 인기가 높다.
현대차 코나도 비슷하다. 코나는 누적 판매량에서 유채색 비율 41%나 된다. 총 10가지 색상 중 5개 색상이 유채색이다. ‘세라믹 블루’(21.0%) ‘블루 라군’(5.9%) 등 블루 계열이 인기가 높은 가운데 ‘펄스 레드’(4.3%) ‘탠저린 코멧’(3.9%) ‘벨벳 듄’(3.8%) 등 다소 생소한 색상도 꾸준히 판매되고 있다.
쌍용자동차가 지난 7월 출시한 티볼리 아머의 경우에도 무채색인 화이트(62.2%)에 이어 블루(21.9%)가 인기가 많은 색상으로 집계됐다.
르노삼성의 QM3는 총 9가지 다양한 컬러가 출시돼 소비자의 선택 폭을 넓혔다. 르노삼성 측은 “현재는 유채색 비율 25%이지만 최근 선보인 New QM3에서 새롭게 추가된 ‘아메시스트 블랙’과 ‘아타카마 오렌지’ 색상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 다시 유채색 컬러 비중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경차 시장에서는 그동안 한국GM의 쉐보레 스파크가 색상 변화를 주도해 왔다. 쉐보레 스파크 중에서는 파스텔톤인 ‘크리미 베이지’가 매월 20%의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또 한국GM은 2018년형 출시에 맞춰 지난 7월 ‘코럴 핑크’ 색상을 새롭게 선보이기도 했다. 여성 메이크업 시장에서 인기가 높은 코럴 핑크를 한국 경차 시장 전용 색상으로 도입한 것이다.
색깔 바람, 왜?
아직 대부분 소비자는 자동차 구매 시 익숙한 화이트나 블랙 등 무난한 색상을 선택한다. 무채색 차량 선호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글로벌 자동차 페인트 기업인 엑솔타(AXALTA)가 발표한 ‘2016 글로벌 차량 인기 색상’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시장에서 가장 인기를 끈 차 색상은 흰색(37%)으로 6년 연속 1위 자리를 지켰다. 이어 검은색(18%)이 2위를 차지했고 회색과 은색이 각각 11%로 뒤를 이었다. 무채색 자동차는 차분하고 품위 있는 느낌을 주고, 유행을 크게 타지 않는다. 또 중고차 시장에서도 몸값이 높아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아왔다.
하지만 이런 무채색 선호가 국내 시장에서는 소형 SUV를 중심으로 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유채색 선택이 많아지는 이유가 성별, 연령을 떠나 ‘자기표현’을 중시하는 고객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자동차 업체도 새로운 차종을 내놓을 때마다 소비자를 사로잡을 대표 색상을 선정하기 위해 철저한 사전 조사를 한다. 업체들이 다양한 유채색을 개발하는 것도 소비자의 욕구가 그만큼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소형 SUV 구매 고객이 대체로 기존 SUV에 비해 밝고 강렬한 색상에 대한 선호가 높은 편”이라며 “현재를 즐기자는 YOLO(You Only Live Once) 문화와 자기표현에 주저함이 없는 사회 분위기를 반영한다”고 말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무채색 도로에 ‘단풍’ 들었네!… 레드·블루·브라운 유채색車 거센 도전
입력 2017-10-17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