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에 잠깬 거인… 가자! 사직으로

입력 2017-10-13 23:33
롯데 자이언츠 손아섭이 13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4차전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서 2-1로 앞선 5회 스리런포를 때린 뒤 더그아웃에 있는 동료들에게 손짓을 하고 있다. 손아섭은 이날 홈런 두방을 때려내며 데일리 최우수선수에 선정됐다. 롯데는 시리즈 전적 2승2패를 만들며 최종 승부를 5차전까지 끌고 갔다. 뉴시스
‘비는 롯데 편이었다.’

당초 12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롯데 자이언츠와 NC 다이노스의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4차전은 비로 연기됐다. 롯데는 경기가 연기되며 당초 선발로 예정됐던 박세웅을 에이스 조쉬 린드블럼으로 바꿀 수 있었다. 그리고 차갑게 식은 방망이도 살아날 것으로 기대했다.

그 바람대로 롯데는 13일 열린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린드블럼의 역투와 홈런 4방을 몰아친 타선의 힘으로 NC를 7대 1로 제압했다. 한 경기만 패하면 가을야구 탈락이라는 낭떠러지로 내몰렸던 롯데는 극적으로 시리즈 전적을 2승2패로 만들고 기분 좋게 홈인 사직구장에서 5차전을 할 수 있게 됐다.

비로 경기가 연기돼 나흘을 쉰 린드블럼은 8이닝 동안 112개의 공을 던져 5피안타 11탈삼진 1실점이라는 위력적인 투구를 펼쳤다. 마운드가 안정되자 방망이도 폭발했다. 손아섭은 0-0이던 4회 선제 솔로포를 때린데 이어 2-1로 앞선 5회 2사 1, 2루에선 좌측 담장을 넘기는 스리런 홈런으로 팀 승리를 견인했다. 손아섭은 4차전 데일리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롯데 간판 이대호도 6회 선두타자로 나와 가운데 담을 넘기는 비거리 130m짜리 솔로포를 치며 2011년 10월 20일 SK 와이번스와의 플레이오프 4차전 이후 2185일 만에 포스트시즌에서 손맛을 봤다. 전준우도 7회 솔로 홈런으로 그간의 부진을 털어냈다.

프로야구에선 비가 가을야구 시리즈의 향배를 바꾼 사례가 종종 있다. 이번에 덕을 본 롯데는 1984년에도 행운의 비가 내려 한국시리즈 패권을 차지한 바 있다. 당시 롯데와 삼성 라이온즈의 한국시리즈에서 롯데는 ‘무쇠팔’ 최동원 혼자 마운드를 지켰다. 그런데 시리즈 전적 3승3패로 맞선 상황에서 롯데는 전날 등판한 최동원이 완전히 힘이 빠져 내 놓을 투수가 없었다. 그런데 비가 내린 것이다. 비 덕분에 하루를 쉰 최동원은 7차전에 등판해 완투승으로 롯데에 창단 첫 우승을 선사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완벽투를 펼친 린드블럼의 별명은 ‘린동원’이다.

반면 NC는 계속해서 비와의 악연에 울었다. NC는 2014년 비로 이틀 연속 밀린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패하며 결국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한 바 있다.

롯데와 NC의 준플레이오프 5차전은 15일 장소를 옮겨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다. 선발은 박세웅(롯데)과 에릭 해커(NC)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