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박 전 대통령 구속 연장, 진영논리로 접근 말라

입력 2017-10-13 21:22
법원이 16일로 구속 기간이 만료되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 연장을 결정했다. 지난 3월 31일 구속된 박 전 대통령은 앞으로 최장 6개월, 내년 4월 16일까지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된다. 재판부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이 인정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이 불구속 상태가 되면 재판에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있고, 신문 예정인 증인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해 증언을 번복케 할 수 있으며, 증거를 조작할 우려가 높다는 검찰의 주장을 재판부가 받아들인 것으로 볼 수 있다. 법원 결정이 나오자 친박단체 등 그의 지지자들은 예상대로 강력 반발하고 있다. 자유한국당도 법원이 정치권 압력에 굴복했다며 비난했다. 그러나 여권은 법과 원칙이 살아있는 결정이라는 정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양쪽 모두 자제해야 한다. 형사소송법은 불구속 수사가 원칙이지만 구속 사유도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 법원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

사법부의 결정을 놓고 진영 논리로 맞서며 정치적 공방을 벌이는 것은 심히 우려스럽다. 나아가 이 사안에 대해 대립을 증폭시키려는 조짐마저 보이는 것은 정파적 이익만을 도모하려는 것에 다름 아니다. 구속이 연장됐다고 해서 박 전 대통령의 유죄가 인정된 건 아니다. 대법원 확정판결 전까지는 무죄 추정의 원칙이 적용되는 건 당연하다. 실체적 진실은 향후 재판을 통해 최종적으로 밝혀지게 된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 문제를 거론하는 이들도 있지만 법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적용돼야 한다.

정치권은 지지층만 생각하며 진영논리에 매몰돼 갈등과 증오를 증폭시키지 말고 차분하게 재판 과정을 지켜봐야 한다. 박 전 대통령의 유무죄를 가르는 건 여론이 아니다.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른 실체적 진실이다. 이제는 정치권이나 국민들도 재판부가 신속하고 공정하게 심리를 할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