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 통화스와프 연장… 사드 갈등 속 실리 공감

입력 2017-10-14 05:03

연장 여부가 불투명했던 한국과 중국의 통화스와프 협정이 3년간 다시 유지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국시간 13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약식 기자회견을 갖고 “10일 만료된 협정이 11일부터 새로 시작된다”며 “새 계약은 규모와 만기가 종전과 같다”고 밝혔다.

한·중 통화스와프 재연장 소식은 정식 발표가 아닌 약식 회견으로 전해졌다. 이 총재와 김 부총리가 주요 20개국(G20) 회의가 열리는 미 워싱턴DC 국제통화기금(IMF) 본부 복도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을 취했다. 협상 당사자인 한국은행과 중국인민은행 사이 별도의 협정 조인식 계획도 없다. 철저하게 로키(low key) 행보로 진행된 것이다. 한·중 통화 당국이 정경분리 원칙에 교감했기 때문이다.

통화스와프는 외환이 갑자기 부족해지는 위기가 닥쳤을 때 미리 약정된 환율에 따라 통화를 가져다 쓰는 외환 분야의 마이너스통장 거래다. 중국과는 3600억 위안, 즉 우리 돈 64조원이자 달러 환산액 560억 달러 규모의 스와프 협정을 맺어왔다.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에 따른 무역 보복이 진행 중인 가운데 금융 분야에 한해 전향적 움직임이 나온 것은 사실이다. 김 부총리도 이날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중국과의 최악 상황은 곧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19차 당대회가 종료되는 오는 25일을 기점으로 사드 보복 조처가 약화될 것이란 기대 섞인 전망도 있다.

하지만 한·중 통화스와프만큼은 통화 당국이 철저하게 정경분리 원칙에 따라 문제를 풀어왔기에 가능했다. 이 총재는 회견에서 “(기존 협정 만기인) 10일 최종 합의를 했고, 오늘(13일) 기술적 검토를 했기에 알려드린다”고 말했다. 의도적이고 지연된 축소 발표다. 인민은행이 거부감을 보이는 ‘중국의 사드 보복 국면이 한풀 꺾였다’는 식의 과잉 해석을 막기 위해서였다.

앞서 이 총재는 저우샤오촨 인민은행 총재를 만날 때마다 통화스와프를 사드 문제와는 별도로 접근해야 한다고 설득해 왔다. 위안화의 기축통화로의 발돋움 및 아시아 지역통화로서의 위상 확보를 위해서도 한·중 통화스와프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전문가들은 위안화가 아직 기축통화는 아니어서 위기 시 효과가 제한적이므로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3840억 달러 수준인 외환보유액을 더 늘리고, 일본과도 정경분리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며 “700억 달러 규모였던 한·일 스와프 재개 협상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