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현 부회장이 13일 자진 사퇴를 선언하면서 삼성전자는 부회장 자리가 모두 공석인 사태에 직면했다. 사장단 인사가 이뤄져 조직이 새 진용을 갖추기 전까지 삼성전자는 리더십 공백이 불가피해졌다.
조만간 삼성전자에 인사태풍이 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삼성전자는 2014년부터 사장단 인사를 소폭으로만 진행해 왔다. 이건희 회장이 갑작스럽게 쓰러진 이후 대규모 경영진 인사를 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졌다. 이재용 부회장이 총수 역할을 하기는 했지만, 부친을 존중한다는 차원에서 큰 폭의 인사는 없었다. 급기야 지난해에는 이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돼 검찰에 불려가면서 사장단 인사 자체가 보류됐다.
현재로선 일단 김기남 반도체 총괄 사장이 권 부회장의 사퇴로 공석이 된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을 맡고, 윤부근 소비자가전(CE) 부문장과 신종균 IT·모바일(IM) 부문장까지 삼각편대로 리더십 공백상황을 최소화할 가능성이 높다.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은 새로운 인물이 맡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후 상황에 대해선 온갖 관측이 제기된다. 그룹 조직 개편과 맞물려 대규모로 전면적인 인적 쇄신이 단행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 전체 사장단 인사에서 큰 폭의 물갈이가 있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윤 부문장과 신 부문장까지 물러날 것이라는 추측까지 나돈다.
삼성전자는 2분기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발표한 이날 오히려 미래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권 부회장은 “지금 회사는 엄중한 상황에 처해 있다”면서 “다행히 최고의 실적을 내고는 있지만 이는 과거에 이뤄진 결단과 투자의 결실일 뿐, 미래의 흐름을 읽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일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복수의 삼성전자 관계자들은 ‘총수 역할론’을 강조한다. 이 부회장이 2015년 5월 경기도 평택 고덕산업단지에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생산라인 건설을 결정해 현재의 ‘실적 신화’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윤부근 부문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저희(각 부문장)가 사업구조 재편이나 인수·합병(M&A)을 하는 건 상당히 어렵다”고 토로한 바 있다. 이 부회장 복귀 필요성을 강조하는 발언이지만 이 부회장의 경영 능력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반론도 있다.
총수 부재 장기화에 미래 신성장 동력에 대한 비전 부족, 불투명한 대외 여건까지 맞물린 형국이다. 부침이 심한 반도체 시장 특성상 호황이 끝날 경우 삼성전자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미국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기조에 따른 통상 압박도 삼성전자를 위협하는 악재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경영공백’ 대응 나선 삼성, ‘조직쇄신’ 사장단 물갈이 예고
입력 2017-10-14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