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학, 뒤틀린 성욕 해소하려 범행… 사이코패스 성향

입력 2017-10-14 05:00 수정 2017-10-15 17:40
'어금니 아빠' 이영학(35)씨가 13일 고개를 숙인 채 서울 중랑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이씨는 딸의 친구를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한 혐의로 이날 서울북부지검에 송치됐다. 뉴시스

‘어금니 아빠’ 이영학(35)씨는 아내 사망 후 도착적인 성욕을 해소하기 위해 여중생 딸의 친구를 범행 대상으로 삼은 것으로 밝혀졌다. 수면제를 먹고 쓰러진 피해자가 깨자 우발적으로 살인까지 벌인 것으로 경찰은 결론지었다. 여기에는 어릴 적부터 이씨에게 누적된 폭력성, 결혼 후 강화된 성 집착, 선·후천적 사이코패스 기질이 작동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서울 중랑경찰서는 13일 수사를 마무리하고 강제추행살인·추행유인·사체유기 등 혐의로 이씨를 서울북부지검에 구속 송치했다. 이씨는 검찰에 송치되면서 “아내가 죽은 후 약에 취해 한동안 제정신 아니었다”며 “아직 모든 게 꿈같이 느껴진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씨는 지난 달 5일 아내가 숨진 뒤 한 달도 채 안 돼 여자를 찾았다. 성인 여성도 고려했지만 통제가 쉬운 미성년으로 마음을 돌렸다. 그는 딸에게 “엄마가 필요한데 A양이 착하고 예쁘니까 데려오라”고 시켰다. 불려온 A양은 수면제를 탄 음료를 마셨고, 이양과 이씨가 수면제를 더 먹여 모두 9알 분량에 취해 잠들었다.

이씨와 같은 장애를 가진 딸은 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따라 했다. 서울경찰청 한상아 경장은 “이양에겐 유전병 고민을 상담하거나 정보를 얻을 통로가 아버지뿐이었다”며 “절대적으로 옳다고 믿는 아버지가 틀렸다는 걸 인정하기 싫어할 정도로 심리적으로 종속됐다”고 설명했다.

서울경찰청 이주현 경사는 “이씨는 사이코패스 평가에서 40점 중 25점을 받았다”고 했다. 25점은 사이코패스 판정 최저선이다. 이 경사는 “어릴 때 장애로 놀림을 당하거나 따돌림을 당하면 친구를 때리는 등 보복적 행동을 했고, 대응 방식이 폭력적이었다”고 했다.

이 경사는 “(이씨의)성(性) 각성 수준이 높다”며 “아내와 17년을 살면서 수준이 조금씩 강해져 현재에 이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소아성애자 경향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성인 여성을 성범죄 대상으로 계획했다가 여의치 않자 통제가 쉬운 여성 청소년으로 바꿨다는 게 근거다.

어릴 적 트라우마가 관리되지 못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도우 경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자기를 피해자로만 여기다보니 타인에 대한 보복심으로 이어졌다”며 “아내를 매춘부 취급했던 일에 비춰봤을 때 이씨는 매우 지배적인 성적 경향을 가지고 여성을 성적 만족을 위한 도구로 생각했던 걸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공정식 경기대 대학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사이코패스 범죄자들의 범행동기 중 핵심적인 부분이 성적 쾌락”이라며 이씨의 사이코패스 성향과 성도착증적 행동에 연관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씨 자서전에는 “여자애들 앞에서 무안을 당한 일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며 “나도 모르게 눈물까지 주룩 흘렀다”는 대목이 담겨 있다. ‘큰 바위 얼굴’이라고 놀림을 받은 적도 있다고 했다.

지적·정신장애 2급인 이씨는 장애 진단을 위해 지능검사 등을 받았지만 사이코패스 성향은 드러나지 않았다. 공 교수는 “사이코패스 진단 검사는 범죄자로 특정됐을 때 사용되기 때문에 장애 진단 검사에서는 범죄 성향이 노출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씨 아내 최모(32)씨 투신사건과 성매매 및 기부금 유용 의혹도 계속 수사하기로 했다. 경찰은 “초기 대응이 부실했던 측면이 있는지, 절차를 위반한 사실이 있는지 사실관계를 살펴보고 정식 감찰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주언 이택현 이형민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