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13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 기간을 연장한 핵심 근거는 증인 회유 등 증거인멸 우려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이란 사상 초유의 사건 정점에 서 있다. 탄핵되기 전까지 국정농단 주요 피고인들을 직접 지휘하며 각종 현안을 보고받았다. 그가 석방될 경우 향후 법정 증언이 예정된 증인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해 기존 진술을 번복케 하거나 다른 증거를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
검찰과 변호인단은 박 전 대통령 추가 구속 여부를 둘러싸고 팽팽한 논리싸움을 벌여왔다. 박 전 대통령 측은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은 무죄 추정의 원칙에 있다”며 불구속 재판을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유영하 변호사는 “SK·롯데그룹 뇌물 혐의는 심리가 이미 끝나 추가 구속 사유가 될 수 없다”는 법리적 쟁점도 거론했다. “대통령이 콜로세움(고대 로마의 원형 경기장)에 홀로 남겨져 이미 정치적으로 사형선고를 받은 상태”라며 감성에도 호소했다.
재판부는 ‘증거인멸 우려’라는 검찰의 주장을 더 무겁게 받아들였다. 박 전 대통령이 석방될 경우 향후 재판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판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이 건강 문제 등을 이유로 법정에 출석하지 않는 등 ‘지연 전략’을 쓰면 사실상 심리가 파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 추가 구속영장이 발부된 공범들과의 형평성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새로운 혐의로 추가 기소하지 않아도 재판부는 직권으로 영장을 발부할 수 있다. 형사소송법 70조는 피고인이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거나 도주할 우려가 있을 경우 법원이 피고인을 구속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불구속 재판이라는 법원칙은 존중해야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을 석방했을 때 발생할 부작용이 더 크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었다.
박 전 대통령의 구속 기간은 최장 6개월까지 연장된다. 주 2∼4회 진행되는 현재의 공판 일정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 선고 일정을 기다리는 주요 공범들의 구속 기간이 다음 달 줄지어 만료되는 만큼 선고 시점을 맞추기 위해 재판부가 심리에 속도를 낼 가능성도 있다. 연내에는 1심 결판이 날 거란 관측이 많다.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이날 오전부터 서울 서초구 법원청사 주변에서 ‘박근혜 석방’을 주장하는 집회를 열었다. 지난 10일부터 노숙농성에 들어간 ‘박근혜대통령구명총연합’ 회원 등 지지자 수백명은 인도 등을 점거하고 “박 대통령의 추가 구속은 절대 허용돼선 안 된다”는 구호를 외쳤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선전전을 펼치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이 오전 재판을 마치고 서울구치소로 돌아간 오후 1시15분부터 법원청사는 지지자들 출입이 전면 통제됐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이 연장됐다는 소식을 접한 지지자들은 “법원이 법치주의를 버렸다”며 고성과 욕설을 내질렀다. 박 전 대통령은 16일 구속 상태로 자신의 81번째 재판에 출석한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법원, 朴 전 대통령 ‘증인에 영향력·지연 전략’ 우려 구속 연장 결정
입력 2017-10-13 2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