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없는 서울 집값… 추석 이후 상승폭 커져
입력 2017-10-14 05:03
‘역대급’ 부동산 규제에도 불구하고 추석 이후 서울 아파트 값이 또 올랐다. 8·2 부동산 대책 발표 직후 한두 달 안정됐던 부동산 시장이 다시 반등하면서 정부가 규제뿐 아니라 공급 조절책을 병행하는 등의 추가 방식을 도입할 때가 됐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3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번 주 서울 아파트 가격은 전주 대비 0.19% 상승했다. 8·2 대책 한 달 후인 지난달 1일 0.02%까지 떨어졌던 변동률은 매주 꾸준히 오르는 추세다. 추석 직전 서울 둔촌주공아파트 일부 단지가 거래되고, 그에 따른 기대감으로 매물 일부가 회수되면서 가격 상승폭이 커졌다. 특히 서울 재건축 아파트 값은 이번 주 0.36% 올라 오름폭이 다시 커졌다. 8·2 대책 이후 최대 상승 폭을 보인 지난달 29일(0.18%)보다 배가량 증가한 것이다. 지난 8월 하락 전환했던 서울 재건축 아파트 값 변동률은 최근 본격적인 가을 이사철에 접어들면서 2주 연속 가파른 상승세다.
정부 통계도 민간 기관과 비슷하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서울 아파트 가격은 지난달 25일 대비 0.08% 올랐다. 9월 넷째주(0.08% 상승)와 동일한 오름세다. 감정원 관계자는 “거래가 많지는 않지만 이사철을 맞아 거주 선호도가 높은 지역에 실수요자의 발길이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정부가 규제를 남발하면서 투기과열지구라는 최고 수준의 조치가 맥을 못 출 정도로 부동산 시장에 내성이 생겼다고 분석하고 있다. 저금리 기조에 넘치는 유동성이 부동산으로 몰리고 있고, 내년부터 초과이익환수제 부활을 앞두고 강남 재건축 단지가 속도를 내고 있는 것도 아파트 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대책들이 이런 다양한 변수를 고려하지 않고 수요 억제에만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계속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결국 ‘공급은 충분하다’며 다주택자와의 전쟁을 선포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규제책에 더해 서울 등 선호 지역에 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서울의 경우 2015년 기준으로 ‘주택보급률’이 96%에 달한다. 그러나 ‘일반가구’에는 외국인 가구와 고아원·기숙사 등 집단가구는 빠져 있다. 안전성, 쾌적성 등을 고려해 최소 주거면적과 용도별 방의 개수 등을 정한 기준인 최저주거 기준에 미달한 주택이 많다는 것도 문제다. 강남 등 실수요자들이 선호하는 인기 지역에 대한 세밀한 공급 통계 구축이 필요한 셈이다.
부동산으로만 몰리는 자금을 분산할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강남 재건축 시장은 총부채상환비율(DTI)이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등의 규제가 크게 작용하지 않는다”며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을 분산해 흡수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글=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