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서 몰카 찍은 진선미… 경찰청장 찍고 있는 영상 국감장 화면에 띄워 몰카 범죄 심각성 일깨워

입력 2017-10-13 19:01 수정 2017-10-13 21:56
이철성 경찰청장이 13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눈을 질끈 감고 있다. 여야 의원들은 경찰개혁위 녹취록 공개를 두고 설전을 벌여 한때 회의가 중단됐다. 뉴시스

“청장님, 몰카(몰래 카메라) 어디에 있는지 아시겠어요?”

13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사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 현장에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몰카를 설치했다. 국감장에 설치된 대형 화면에는 이철성 경찰청장을 정면에서 실시간으로 찍고 있는 영상이 띄워졌다. 진 의원의 질문에 의원들은 이 청장 맞은편을 봤지만 카메라를 찾지 못했다.

몰카가 숨겨진 곳은 이 청장 맞은편 유재중 행안위원장 앞에 놓인 전자 탁상시계였다. 국감 시작 전부터 진 의원 측이 설치해뒀지만 아무도 몰랐던 것이다. 진 의원은 “아직도 두 개가 더 있다”며 500㎖ 용량의 파란색 플라스틱 생수병을 들어보였다. 상표명이 적힌 띠지를 벗기자 그 안에서 감춰진 몰카가 드러났다. 자동차 열쇠 모양의 몰카도 선보였다. 진 의원은 “저희 의원실이 별 지장 없이 10만원도 안 되는 돈으로 몰카 3개를 구매했다”고 설명했다.

진 의원이 국감장에 몰카를 설치한 것은 몰카가 그만큼 감쪽같아 속기 쉽다는 점을 설명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몰카의 최대 위험성은 자신이 범죄 대상이 됐는지 모른다는 점”이라며 “몰카 범죄의 심각성을 우리가 의식하고 경찰도 몰카 범죄 근절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진 의원의 몰카 프레젠테이션에 국감장 분위기가 다소 풀어졌다.

앞서 오전에는 정회를 할 정도로 여야가 격렬하게 부딪쳤다. 경찰개혁위원회 자료 미제출 등을 두고 여야가 공방을 벌였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 장제원 의원은 “경찰개혁위와 인권침해사건진상조사위원회의 회의 녹취록을 요구했지만 거부당했다”며 “이는 국감을 거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김영진 의원은 “민간 위원들이 자유롭게 의사를 밝힌 건데 녹취록까지 제출하라고 하는 것은 경찰개혁위를 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여야 의원들의 의견이 맞부딪히며 국감은 시작한 지 1시간도 되지 않은 오전 10시50분쯤 정회됐다가 오후 2시에 속개했다.

윤성민 기자 wood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