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 핵합의 결국 깨나… 북핵 협상도 암운

입력 2017-10-13 19:24 수정 2017-10-13 21:44

도널드 트럼프(사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핵 협정 준수를 사실상 인증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국제사회의 핵 문제 갈등이 다시 증폭될 조짐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핵 협정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인 만큼 북핵 문제에 대해서도 순탄한 대화를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이란은 미국이 협정 준수에 대한 ‘불인증’ 선언을 하면 적대행위로 간주하겠다며 공세에 나섰다.

워싱턴포스트(WP) 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핵 협정 준수 여부에 불인증 선언을 하는 쪽으로 기울어졌다고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정부는 이란이 2015년 7월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중국 러시아 6개국과 체결한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것으로 본다는 의미다.

JCPOA는 이란이 핵 개발을 중단하는 대신 국제사회가 이란에 대한 제재를 풀어주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미 정부는 이란이 협정을 준수하는지 90일마다 확인해 재인증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미 의회는 이를 토대로 이란 제재 해제를 연장할지 결정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불인증 선언이나 판단 유보로 이란의 협정 준수를 인증하지 않으면 의회는 이란 제재를 재개할지 논의해야 한다. 의회가 60일 안에 결론을 내리지 못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공을 넘겨받아 제재 재개, 협정 재협상 또는 파기 등을 결정하게 된다. CNN방송은 트럼프정부가 핵 협정을 완전히 파기하기보다 이란이 협약을 어겼을 때 새로운 제재를 부과할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하는 방안을 원한다고 보도했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13일 낮 12시45분(한국시간 14일 오전 1시45분) 새로운 이란 전략을 발표한다고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이란 핵 협정을 ‘최악의 합의’라고 비판해 왔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 협정을 못마땅해 하는 이유로 이란이 협정 체결 뒤 경제적 이득을 보고 있지만 탄도미사일 발사 시험은 여전히 계속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핵 협정은 핵 프로그램 중단에 한정돼 있어 다른 무기 개발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조사관들이 폐쇄된 군부대에는 접근하지 못해 비밀리에 진행되는 핵 개발까지 감시할 수 없다는 점도 협정의 한계로 본다. 또 협정 일부 내용이 영구적이지 못한 데다 이란이 합의 정신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비판해 왔다.

미국이 이란 핵 문제를 대하는 태도는 북핵 문제 해결 시도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월 트위터에서 이란의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비판하며 “그들은 또 북한과 협력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북핵 관련 협상이 진행되더라도 트럼프정부는 북한에 이란 핵 협정보다 높은 수준의 감시와 규제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그 요구를 수용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12일 내각 회의에서 미 정부의 핵 협정 불인증 전망에 대해 “우리나라와 지역뿐 아니라 세계에 반역적인 것”이라고 비판했다고 미 정치 전문매체 매클래치DC가 전했다.

국제사회는 이란이 미국의 불인증에 반발해 핵 협정을 직접 파기하고 핵 개발을 재개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지난 10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화해 “JCPOA가 지역안보에 필수적”이라며 재고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