뼛속까지 푸른 삼성맨 류중일, LG 감독 취임… ‘쌍둥이 우승’ 청부 받았다

입력 2017-10-13 19:08 수정 2017-10-13 22:21
류중일 LG 트윈스 신임 감독(오른쪽)이 1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양상문 단장과 악수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류 감독은 1987년 삼성 라이온즈에서 데뷔한 뒤 올해까지 선수·코치·감독으로서 한 번도 바꾸지 않은 ‘원 클럽 맨’이었지만 LG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됐다. 김지훈 기자
류 감독이 삼성 유격수 시절 타석에 들어선 모습. 국민일보DB
“31년간의 프로야구 인생을 지내오면서 가장 설레고 떨리는 도전을 시작했다. LG 트윈스의 재건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책임에 가슴이 터질 것 같다. 저의 바람과 LG의 신바람이 맞물려 내년 시즌 작은 돌풍을 일으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평생 푸른 피를 간직해오다 ‘LG맨’으로 새롭게 출발한 류중일 감독은 다소 떨리면서도 우렁찬 목소리로 취임사를 읽어나갔다. 그는 1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가장 많은 팬을 보유한 명문 구단 LG에서 성적과 리빌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고 공언했다.

이날 류 감독은 등번호 75번이 새겨진 유니폼과 모자를 받았다. 취임식에는 구단 프런트를 대표해 LG 양상문 신임 단장이, 선수단 대표로 류제국 박용택 차우찬이 참가해 환영의 꽃다발을 전했다. 류 감독은 “LG에서 지난 2∼3년간 뼈를 깎는 심정으로 진행해온 리빌딩을 계속 추진하겠다. 젊은 선수들을 중심으로 개혁에 속도를 낸다면 모두가 염원하는 우승의 문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류 감독은 선수시절부터 뼛속까지 삼성맨이었다. LG행이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1987년 삼성 라이온즈에서 데뷔한 류 감독은 98년까지 유격수로 활약했다. 2000년 삼성 수비코치를 맡아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고, 2010년부터는 사령탑에 올라 ‘삼성 왕조’를 구축했다. 2011∼2015년 정규리그 5연패, 통합 4연패라는 화려한 족적을 남겼다.

지난해 감독직에서 물러난 그는 1년 만에 잠실벌에 새 둥지를 틀었다. 류 감독은 “감독 제의가 들어왔을 때 상당히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러나 거절했다면 평생 다른 유니폼을 입지 못할 것 같아 과감히 결정했다”고 털어놨다.

가장 큰 관심사는 류 감독의 특급 ‘우승 DNA’가 LG에 전파되느냐다. LG는 94년 한국시리즈 우승 이후 23년간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류 감독은 “1년 만에 그라운드에 복귀했다. LG 유니폼을 입는 게 하나의 꿈이었다”면서 “저는 4년 연속 통합우승을 한 감독이다. 반드시 성적으로 보답하겠다”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류 감독은 LG의 홈인 잠실구장과의 인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경북고 선수였던 류 감독은 우수고교초청대회 결승에서 잠실구장 개장 첫 홈런을 쳤다. 그는 “82년 7월 17일 잠실 1호 홈런을 때린 순간을 잊지 못한다. 이곳에 오면 마음이 푸근하다”고 했다.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류 감독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는 자신감이고, 싫어하는 단어는 자만심이다. 선수들이 항상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를 해주길 바란다”며 “팬들께는 지금처럼 아낌없는 성원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삼성 시절 한솥밥을 먹었던 차우찬은 옛 스승과의 재회가 반가운 눈치였다. 차우찬은 “1년 만에 류 감독과 다시 만나게 돼 신기하다. 감독님과 인연인 것 같다”며 “항상 선수들에게 믿음을 주는 스타일이다. 젊은 선수들이 자신감 있는 야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글=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사진=김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