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상 필리핀의 바자오족에게 복음을 전할 기회가 주어지자 주저하게 됐다. 무슬림인 그들은 ‘바다의 집시’라 불렸다. 자칫 해코지를 당할 수 있었다. 상영규(62) 선교사는 무작정 기도했다. 하나님 답변은 명확했다. ‘선교는 내가 하는 거지 네가 하는 게 아니란다.’
그 말씀을 믿고 담대히 전도를 시작했다. 많은 바자오 부족민이 예수를 구주로 영접했다. “언제나 함께하시는 나의 하나님을 믿으며 지금까지도 사명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상 선교사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총회세계선교회(GMS) 파송 선교사로 22년간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에서 무슬림을 대상으로 사역을 펼치고 있다.
그는 1974년 8월 빌리 그레이엄 전도집회 이후 진행된 프로그램을 통해 신앙을 갖게 됐다. 이어 목회자의 길을 가기로 결심하고 광신대 신학대학원에 진학했다. 이후 전남 완도와 전북 전주 등에서 10년간 목회사역을 했다. 선교에 관심을 갖게 된 건 1993년 성지순례를 했을 때다.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의 해변에서 만난 아이들에게 아브라함과 요셉 그리고 예수님의 이야기를 전했는데 받아들이더군요. 무슬림 선교의 가능성을 확신했습니다.”
이후 상 선교사는 필리핀 마닐라 선교센터에서 훈련을 받고 민다나오로 향했다. 민다나오의 무슬림 수는 약 400만명으로 지역 전체 인구의 20% 정도다.
그는 기도로 사역의 문을 열었다. “한국교회의 기도운동인 새벽기도를 비롯해 수요일과 금요일에도 기도회를 갖고 통성기도, 침묵기도 등을 이어갔습니다. 처음엔 어색해하던 이들이 점차 기도 모임에 나오기 시작했죠.”
무슬림들의 경계심을 푸는 일도 중요했다. 상 선교사는 모스크의 낡은 지붕을 교체해주면서까지 무슬림 지도자들의 마음을 열기 위해 노력했다. 성과가 있었다. 모스크 안에서 선교활동을 할 수 있도록 허락을 받은 것이다. “2005년 여름 한국에서 온 선교팀은 모스크 안에서 찬양과 율동을 하고, 예수님 십자가 사건에 대한 드라마 공연까지 할 수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 모인 많은 무슬림이 예수를 영접했다.
상 선교사 사역의 핵심은 ‘자립 선교’다. 지원받는 선교비만으로 사역을 감당하기는 충분치 않아 현지에 맞는 사업을 구상해 사역과 병행했다. “지역 주민들과 돼지농장, 양계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바나나 농장도 운영하고 야채를 재배하기도 하죠.” 여기서 얻은 수익금은 한국교회의 후원으로 세워진 60여곳의 교회와 20여개의 크고 작은 기독교 학교의 자립을 돕는 일 등에 사용됐다.
상 선교사는 이 같은 선교사역에 헌신한 공로로 연세대 언더우드기념사업회에서 수여하는 ‘제17회 언더우드 선교상’을 수상했다. 지난 12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루스채플에서 열린 시상식에 참석한 상 선교사는 “언더우드 선교사를 통해 우리 민족에게 복음을 전하신 하나님의 은혜가 새삼 놀랍고, 나 역시 그 선교의 길을 걷고 있는 것에 눈물이 날 정도로 감사하다”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상 선교사 외에 인도네시아에서 사역 중인 안성원(65) 이규대(59) 선교사도 함께 수상했다. 안 선교사는 수마트라섬의 크타방을 비롯한 40여개 오지 마을에 교회를 설립했다. 이 선교사는 수마트라섬 팔렘방 지역에 신학대를 설립하는 등 교육선교에 힘쓰고 있다.
상 선교사는 “현재 기독병원을 설립 했는데 물리치료기, 혈액분쇄기 등 의료기기가 구비되지 않아 운영이 어려운 실정이다. 관심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
한국교회 후원으로 세운 교회, 닭·돼지 키워 자립도와
입력 2017-10-16 00:00 수정 2017-10-16 1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