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와 NC 다이노스의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3차전은 비로 연기돼 13일 치러졌다. 포스트시즌 역대 17번째이자 준플레이오프 5번째다. 그런데 이런 비가 가을야구 시리즈의 향배를 바꾼 사례가 종종 있다.
비가 양팀의 운명을 바꾼 대표적인 사례는 1984년 롯데와 삼성 라이온즈의 한국시리즈다. 당시 롯데는 여러모로 불리했다. 삼성은 김시진과 김일융이라는 최고의 원투펀치가 있었지만 롯데는 최동원 혼자 마운드를 지켰다. 당시 최동원은 초인적인 힘을 발휘했다.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완봉승을 거둔 뒤 3차전에선 완투승을 따냈다. 5차전에선 잘 던졌지만 완투패를 당했고, 6차전에는 구원승을 챙겼다. 문제는 운명의 7차전이었다. 시리즈 전적 3승3패로 맞선 상황에서 롯데는 전날 등판한 최동원이 완전히 힘이 빠져 내 놓을 투수가 없었다. 그런데 비가 내린 것이다. 비 덕분에 하루를 쉰 최동원은 7차전에 등판했다. 그리고 완투승으로 롯데에 창단 첫 우승을 선사했다. 자신은 한국시리즈 4승이라는 불멸의 기록을 세웠다. 최동원은 그해 한국시리즈 7차전 중 5경기에 등판해 40이닝을 던져 4승 1패, 평균자책점 1.80이라는 엄청난 투구를 펼쳤다.
2001년 삼성과 두산 베어스의 한국시리즈도 비가 운명을 바꿨다. 당시 두산은 정규시즌 3위로 가을야구를 맞이했다.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거치는 혈투 끝에 한국시리즈에 올랐다. 한화 이글스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2경기, 현대 유니콘스와의 플레이오프에서 4경기를 치러 체력이 바닥났다. 반면 정규시즌 1위 삼성은 힘 빠진 두산을 느긋하게 기다리는 입장이었다. 실제 삼성은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7대 4로 승리하며 기선을 제압했다. 그런데 2차전 당일 비가 내려 경기가 취소됐다. 연일 혈전을 치러 체력이 바닥난 두산에게는 행운의 비였다. 덕분에 꿀 맛 같은 휴식을 취한 두산은 2∼4차전을 내리 잡고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결국 두산은 시리즈 전적 4승2패로 92년 롯데 이후 역대 두 번째로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거쳐 한국시리즈 패권을 잡은 팀이 됐다. 반면 삼성은 우천 취소 이후 치른 경기에서 모두 패하며 눈물을 흘렸다. 일부에서는 이를 ‘져주기의 저주’라고 수군거렸다. 삼성은 84년 한국시리즈 상대로 리그에서 강했던 롯데를 선택하기위해 일부러 ‘져주기’ 행태를 벌였고 이후 가을무대에서 우승을 하지 못했다. 삼성의 져주기 저주는 이듬해인 2002년에야 풀렸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비’가 바꾼 운명… 1984년엔 롯데· 2001년엔 두산 가을시리즈 제패
입력 2017-10-13 1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