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게 진짜, 어느 게 가짜일까? 서울대미술관 ‘포스트모던 리얼’전

입력 2017-10-15 18:41 수정 2017-10-15 21:41
정연두 작 ‘로케이션 #1’(프린트·2005). 일부러 무대 세트를 강조함으로써 “우리 인생이 불완전한 세트장”이라는 역설적 리얼리티를 드러낸다. 서울대미술관 제공

흑백 사진처럼 리얼한 수양버들이 캔버스 화폭 위에 어지럽다. 화가의 솜씨가 놀랍다고? 국립현대미술관이 수여하는 ‘올해의 작가상’을 받은 공성훈 작가의 그림이니 그런 생각이 들 만하다. 실은 컴퓨터가 짜깁기한 나무 이미지를 보고서 유화로 그린 것이다. 현실의 나무는 아니다.

미술관에 가서 진짜 놀이, 가짜 놀이를 해보면 어떨까. 서울 관악구 서울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포스트모던 리얼’전을 소개한다. 제목이 난해해 주눅들 수 있지만, 알고 보면 재밌는 전시다. 모더니즘에서는 모든 것의 경계가 확고했다. 1990년부터 불기 시작한 포스트모더니즘은 그 경계를 허물었다. 영상기술의 발달로 진짜와 가짜의 구분은 모호해졌고, 가상현실이 갖는 힘도 세졌다.

전시장 곳곳에 어디까지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게임하는 듯한 작품들이 산재해 있다. ‘동물의 왕국’을 보여주는 김범의 영상작품 ‘볼거리’는 한참 넋 놓고 보다 순간 깔깔 웃게 된다. 표범이 영양에게 허겁지겁 쫓겨 가는 장면이 나온다. IT 기술 덕분에 가능한 ‘약육강식의 통쾌한 전복’이다.

정연두 작가의 ‘로케이션’ 시리즈는 전시 공간에 매화나무 등 약간의 소품을 놓아 마치 연극 무대 같은 느낌을 낸다. 하지만 먼 산 풍경이 아련히 보이는 이곳은 그 자체가 리얼한 공간이기도 하다. 작가는 ‘우리 인생은 불완전한 세트장’이라는 주장을 드러낸다.

용산전쟁기념관의 부둥켜 앉은 ‘형제의 상’을 차용한 영상 작품 ‘하이퍼리얼리즘-형제의 상’은 형과 동생을 떼 내 둘이 빙빙 돌며 왈츠를 추게 하면서 반공 이데올로기를 조롱한다. 이종상 김호득 황재형 한운성 등 참여 작가의 진용이 쟁쟁하다. 다음 달 29일까지.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