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 쿠데타와 내전을 여러 차례 겪은 아프리카 소국 라이베리아가 73년 만에 첫 평화적 정권 이양을 앞두고 있다. 지난 10일 대통령 선거를 치르고 개표작업이 진행 중이다. 2006년 아프리카 대륙의 첫 여성 대통령으로 취임해 12년간 집권(연임)한 엘런 존슨 설리프(78) 대통령이 마련한 선거다.
설리프 대통령을 11년간 보좌해 온 조셉 보아카이(72) 부통령과 왕년의 축구스타 조지 웨아(51) 후보 중 한 명이 당선될 것으로 보인다.
라이베리아 선거관리위원회는 12일(현지시간) 개표 초반 15개 주 가운데 14곳에서 웨아 후보가 선두라고 밝혔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보아카이 후보는 1개 주에서 1위를 했고, 나머지 주에서는 2위를 달리고 있다. 선관위는 “일부분만 개표한 결과”라면서 ‘웨아 후보가 당선됐다’는 가짜뉴스를 경계했다.
1990년대 웨아가 프랑스 프로축구팀 AS모나코에서 뛸 때 감독이었던 아르센 웽거 아스날(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팀) 감독은 가짜뉴스를 접하고 웨아에게 당선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고 BBC방송이 보도했다.
이번 선거에는 20명이 입후보했다. 전문가들은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고 다음 달 결선 투표가 실시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야당이 투표가 조작됐다며 개표 중단을 요구했지만 선관위는 받아들이지 않을 방침이다. 참관했던 미국 비영리단체 카터 센터는 투표가 평화롭고 차분하게 진행됐다고 밝혔다.
웨아는 AC밀란, 첼시 등 유수의 유럽 축구팀에서 맹활약하며 1995년 아프리카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세계 최고 축구선수에게 주어지는 ‘발롱도르’를 수상했다. 2003년 은퇴하고 정치인으로 변신해 2005년 대선에 출마했지만 설리프 현 대통령에게 패했다.
웨아는 인접국 시에라리온 내전에 개입한 전쟁범죄로 국제형사재판소로부터 50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찰스 테일러 전 대통령의 전 부인을 부통령 후보로 세웠다.
누가 당선되든 별 탈 없이 새 대통령이 세워진다면 설리프 대통령의 치적이다. 불굴의 민주화 투사로 2011년 노벨 평화상을 받은 설리프 대통령은 “라이베리아 국민이 이런 (민주적인) 절차를 맞을 준비가 돼 있다고 생각하며 여기에 참여해준 유권자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라이베리아, 73년 만에 첫 평화적 정권 이양 눈앞
입력 2017-10-14 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