켈리의 첫 북핵 언급 “관리 가능… 외교채널 가동 기대”

입력 2017-10-13 18:55

존 켈리(사진) 미국 백악관 비서실장이 12일(현지시간) 북한 핵 문제를 풀기 위한 수단으로 군사옵션보다 외교적 해법을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측근 가운데 가장 실세인 그가 외교적 해결의 중요성을 언급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켈리가 북한 문제로 공개 브리핑을 한 것도 지난 7월 취임 이후 처음이다.

켈리는 백악관 정례 브리핑에 깜짝 나타나 “북한의 괌 위협은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또 “시간이 지나 지금보다 상황이 나빠질 수도 있지만, 어쨌든 외교가 작동하기를 바라자”고 말했다. 특히 “나의 발언이 현 행정부를 대변하는 말”이라고 밝혀 트럼프 행정부의 공식 견해임을 강조했다. 그와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북한과의 대화는 시간 낭비”라거나 “북한 완전 파괴” 등 군사옵션을 시사하는 말을 해 왔다.

켈리는 “북한이 꽤 좋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했고 재진입체를 개발 중이지만 아직 미 본토에 닿을 능력은 갖추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내게 가장 많이 한 말은 ‘우리가 핵무기 10배를 필요로 할 게 아니라 모든 핵무기를 없애는 게 좋지 않은가’라는 것이었다”며 “기쁜 소식은 핵무기를 없애기 위해 국무부가 밤낮없이 외교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여전히 군사행동보다 외교적 해법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걸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켈리의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의 내달 초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순방을 앞두고 미국이 여전히 외교적 해결 의지가 있음을 강조하기 위한 차원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서는 미 정부의 진의를 알고 싶어하는 북한을 겨냥한 발언일 수도 있다. 동시에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외교적 압박을 더 강화하겠다는 의지로도 해석된다.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도 “북한과 대사급 외교 관계를 중단한 아랍에미리트(UAE)의 조치와 같은 게 켈리가 말한 외교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엘리자베스 워런을 비롯한 민주당 소속 상원의원 11명도 백악관에 서한을 보내 북핵 위기를 전쟁 없이 해결할 수 있는 외교적 노력을 촉구했다. 이들은 북한과 직접 대화하라고도 주문했다.

한편 미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박정현 한국석좌는 워싱턴에서 간담회를 열어 “한반도에서의 전쟁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남한에 미국인 20만명이 상주하고, 유럽과 중국인도 많은 상황에서 미국이 북한을 기습 공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