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혁신과 인적 쇄신 없으면 보수 통합 무의미하다

입력 2017-10-13 17:57
보수 정당 통합이 가시권에 진입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11일 조건 없는 ‘당 대 당 통합’도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던지면서 수면 위로 급부상했다. 바른정당 통합파와 상당한 수준의 물밑 교감이 이뤄졌다는 후문이다. 홍 대표의 방미가 예정된 23일 이전 가시적 성과가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국당과 바른정당 통합파 간의 부분 통합 가능성이 높다. 탈당 규모에 따라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121석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만큼 정치적 의미가 적지 않다.

보수 정치 전체를 놓고 볼 때 통합은 필요하다. 새로운 보수 가치를 정립하기 위해 바람직한 방향이다. 문재인정권의 일방적 국정 운영을 견제하기 위해서도 그러하다. 우리 사회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거대 진보 정당과 맞설 수 있는 힘 있는 보수 정당의 출현은 존재 이유가 분명하다. 분열된 상태로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치른다면 괴멸할 수 있기에 통합은 필수조건이다.

여론은 우호적이지 않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 10명 중 6명은 반대한다. 텃밭인 대구·경북에서조차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 현재 상태의 통합은 실익도 명분도 없다고 보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한국당 지도부는 여전히 과거 정권 감싸기에 분주하다. 혁신안에는 알맹이가 없다. 당명 빼곤 바뀐 게 없다는 비아냥을 들을 만하다. 바른정당도 ‘건전한 보수’의 새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국민 눈에는 선거를 겨냥한 정치공학적 통합으로 비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보수 유권자들의 지지를 되찾아오려면 뼈를 깎는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 통합 작업과 함께 정강·정책은 물론 정당 시스템까지 시대에 맞게 혁신해야 한다. 진보 진영 정책 수용에도 인색해선 안 된다. 늦었지만 친박 세력에 대한 과감한 인적 쇄신은 필수다. 통합 세력 지도부가 기득권 나눠먹기에 골몰한다면 희망이 없다. 과감히 자리를 내려놓고 신진 세력을 끌어들이는 외연 확대 작업에 적극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