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퇴직자 모임인 양지회가 이명박(MB)정부 시절 ‘친정’ 국정원의 댓글 공작에서 주력군 역할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2009년 2월 취임 직후 “퇴직 직원을 활용하라”는 특별 지시를 내렸고, 이상연(81) 당시 양지회장은 원 전 원장을 직접 만난 뒤 노모(63) 기획실장에게 조직 내 사이버동호회를 창설토록 했다.
이 전 회장은 양지회 이사회에서 “노인이라도 얼마든지 사이버 공간에서 활동할 능력이 있다…원(院)과 협조해야 할 문제”라고 독려했다. 최대 150여명의 사이버동호회 회원들은 국정원 심리전단 사이버팀과 사실상 한 몸처럼 움직였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후임 이청신(74) 전 양지회장은 2011년 3월 원 전 원장 초청으로 국정원을 방문, “사이버동호회가 심리전단과 긴밀히 협의해 정부 비판 성향 사이트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검찰은 이런 양지회를 ‘국정원 사이버외곽팀 중에서도 중추적이고 상징적 조직’이라고 규정했다.
국정원은 이에 대한 대가로 외곽팀장 활동비 명목의 자금 외에 수십대의 컴퓨터를 지원하고 중간 간부를 보내 교육을 실시하는 등 물적·인적 지원을 했다. 양지회 교육을 맡았던 한 국정원 간부는 “천군만마를 얻었다”는 발언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 관계자는 “일부 회원의 개인적 일탈이 아니라 양지회 최고위층의 주도 아래 공식 업무 차원에서 국정원과 연계해 계획적·조직적으로 활동했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은 12일 이상연 이청신 전 회장 등 양지회 관계자 5명, 다른 외곽팀장 3명 등 댓글 공작에 관여한 민간인 8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외곽팀 담당 심리전단 과장급 2명은 구속 기소했다.
황인호 신훈 기자 inhovator@kmib.co.kr
국정원 퇴직자 모임 양지회, MB때 주도적 댓글 공작
입력 2017-10-12 21:33 수정 2017-10-12 23: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