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졸음 운전’ 위험 시내버스 노선 조정

입력 2017-10-13 05:01

경기 파주와 서울역을 오가는 서울 시내버스 706번은 기사들에게 기피 노선으로 꼽힌다. 한 번 운전대를 잡으면 왕복 100㎞를 운행해야하기 때문이다. 평균 운행 시간만 4시간35분에 달하는데 차량이 정체되면 꼬박 5시간을 운전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화장실을 제때 갈 수도 없고, 피로가 누적된다는 기사들의 민원이 계속 제기돼왔다.

서울시는 이달 말부터 706번처럼 노선이 긴 3개 노선을 분할하는 등 8개 노선을 조정 운영해 기사들의 졸음운전 위험을 줄인다고 12일 밝혔다. 앞서 지난해 7월 영동고속도로 봉평터널 전세버스사고와 지난 7월 경부고속도로 광역M버스사고로 사망자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졸음운전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버스기사들의 근무 환경이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706번 버스 노선의 경우 파주 교하에서 서울역까지 이어지는 구간이었지만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불광역까지만 운행하게 된다. 파주 문산∼서울역을 오가던 703번 노선 역시 불광역까지만 운행한다. 이들 노선 운행거리는 약 16㎞ 줄어들게 된다.

서울시는 지난해 12월부터 노선 단축을 추진했지만 시민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일부 국회의원들도 서울시에 노선 단축을 보류해달라고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도심으로 바로 연결되는 노선이 있어야 한다는 지역구 주민들의 요구 때문이었다. 현재 4시간 이상 운행해야 하는 장거리 노선은 16개(심야버스 제외)에 달한다. 고홍석 서울시 도시교통본부장은 “일부 구간에서 환승해야 할 수 있으나 시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담보하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노선을 단축하더라도 환승이 가능하기 때문에 시민 불편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장거리 노선의 경우 기점부터 승차해 종점에서 내리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는 설명이다. 실제 서울시가 버스 승·하차 단말기를 통해 수집한 정보(스마트카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706번 노선의 경우 기점(파주 지역)에서 종점인 서울역까지 이용하는 경우는 하루 평균 이용객 650명 중 1% 미만에 불과했다. 승객 80% 이상은 파주·고양에서 탑승한 뒤 은평구 연신내와 불광역에서 하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평구와 서대문구 경유 5개 노선(704, 7019, 7714, 7723, 7733)도 일부 조정된다. 7019번과 7714번은 7019번으로 통합하고 나머지 노선에 대해서도 경유 지역을 변경해 차내 혼잡을 해소한다는 계획이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