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측 “경영권 승계 작업은 존재하지도 않아”

입력 2017-10-12 19:12 수정 2017-10-12 21:3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첫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1심은 나무가 없는데 숲이 있다고 한 격입니다. 이재용 피고인은 무죄입니다.”

12일 열린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 항소심 첫 공판에서 삼성 변호인단은 이같이 주장했다. 이들은 “경영권 승계 작업은 존재하지도 않았으며, 이는 재판부가 만들어낸 가공의 틀”이라고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정형식)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 등 삼성 전·현직 수뇌부 5명의 뇌물공여 혐의 공판에서 양측은 치열한 법리 다툼을 벌였다. 1심 선고 후 48일 만에 법정에 선 이 부회장은 굳은 표정이었지만 재판 내내 허리를 꼿꼿이 세운 채 양측의 공방을 지켜봤다.

삼성 인사들은 1심에서 박근혜(65) 전 대통령과 최순실(61)씨에게 433억여원의 뇌물을 주거나 약속한 혐의로 모두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 부회장은 징역 5년을 선고받고 계속 수감 중이다. 불구속 상태로 1심 재판을 받았던 최지성(66) 전 미래전략실장과 장충기(63) 전 차장은 각각 징역 4년을 선고받고 구치소에 수감됐다.

1심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과 이 전 부회장 간에 경영권 승계 작업과 각종 지원을 두고 직접적으로 청탁과 대가가 오간 사실은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대신 박 전 대통령이 삼성의 현안을 대략적으로 알고 있었고, 이 부회장 또한 박 전 대통령이 요구하는 각종 지원이 어떤 의미였는지를 알고 응했다고 봤다. ‘명시적 청탁’ 부분은 무죄지만 ‘묵시적 청탁’에 대해서는 유죄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날 특검은 “대통령 단독 말씀 자료나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수첩에는 삼성물산 합병 등 경영권 승계의 개별적 현안에 대한 지원이 명확히 기재돼 있다”며 명시적 청탁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무죄로 인정된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에 대해서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도 정치발전이라는 공익적 목적으로 대기업에서 돈을 받았지만 결국 뇌물로 인정됐다”며 “내세운 명분만으로 자금 지원의 성격을 평가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변호인단은 경영권 승계 작업은 실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묵시적이든 명시적이든 청탁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논리를 폈다. 변호인단은 “피고인들은 대가 관계에 대한 인식이나 이해가 없었다”고 맞섰다.

이른바 안종범 업무수첩의 증거 능력 논란도 다시 도마에 올랐다. 변호인단은 “다른 사람의 말을 전해 듣고 쓴 전문(傳聞) 증거이기 때문에 증거능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특검은 “안 전 수석의 증언과 그 외 관련자들의 진술과 객관적 사실 등을 종합해 사실관계를 인정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