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국정원, 전교조 와해 공작… 교사로 위장 거짓 양심선언

입력 2017-10-12 19:14 수정 2017-10-12 23:37
허현준 전 청와대 행정관이 1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면서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질문을 받고 있다. 이병주 기자

이명박(MB)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회원을 가장해 거짓 양심선언을 하는 방식으로 전교조 탈퇴를 유도하는 특수공작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12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는 MB국정원 심리전단이 2011년 5월 원세훈 당시 국정원장에게 ‘전교조 와해 특수공작’ 계획을 보고한 사실을 확인하고 관련 문서를 최근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에 넘겼다.

심리전단은 당시 전교조 교사로 위장해 인터넷에 전교조의 반국가·반체제 문제를 폭로하는 양심선언 형식의 글을 올리겠다는 계획을 보고했다. 보수 성향 단체인 ‘교육과 학교를 위한 학부모 연합(교학연)’이 전교조 교사들에게 단체 탈퇴를 종용하는 편지를 집단 발송한 것을 계기로 삼았다.

실제 2011년 5월 19일 교학연 김순희 상임대표가 전교조 교사 6만명에게 탈퇴를 요구하는 편지를 보낸 지 12일 만인 31일 포털 사이트 다음의 아고라에는 ‘양심교사’라는 필명으로 ‘이제 나는 전교조 교사가 아니다’는 글이 올라왔다. 검찰은 교학연 간부와 심리전단 직원이 다수의 이메일을 주고받은 사실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교학연 측은 “할 말이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했다.

검찰은 이날 MB정부 당시 군 사이버사령부 댓글 공작과 관련해 임관빈 전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그 윗선인 김관진 당시 국방부 장관 소환도 임박했다.

검찰은 국정원이 블랙리스트에 오른 문화·예술계 인사의 소속사를 상대로 세무조사를 사주했다는 의혹을 조사하기 위해 11일 김연근 전 국세청 조사국장(2010년 6월∼2011년 6월)을 불러 조사했다. 김 전 국장은 2011년 국세청이 국정원의 협조 요청에 따라 가수 윤도현씨와 방송인 김제동씨가 속한 D사 세무조사를 검토한 사실은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D사는 그해 적자 상태라 실제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한편 박근혜정부가 대기업 돈으로 친정부 단체를 지원한 이른바 화이트리스트 사건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허현준 전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 행정관도 검찰에 불려나왔다. 피의자 신분인 그는 “단 하나의 부끄럼도 없다”고 항변했다.

글=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사진=이병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