닻 올린 롯데그룹 지주사… 투명경영 속도 올린다

입력 2017-10-12 21:36
투명한 지배구조와 순환출자 해소를 내건 롯데지주 주식회사가 12일 공식 출범했다. 신동빈 회장의 경영권을 강화하는 동시에 롯데가 ‘일본 기업’ 이미지를 벗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과 공동 대표를 맡은 황각규 사장은 12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지주회사 출범으로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고 주주 가치를 높여 시장에서 긍정적인 재평가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국내에서 가지는 위상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롯데지주 출범으로 롯데의 경영권 분쟁은 막을 내렸다. 신 회장의 롯데지주 지분율은 13%다. 내부 계열사와 신영자 이사장, 롯데재단 지분까지 더하면 신 회장의 우호 지분은 47.2%로 외부 지분율 44.4%를 넘어선다. 신동주 전 부회장과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분율은 각각 0.3%, 4.5%에 불과하다. 커뮤니케이션실장 오성엽 부사장은 “롯데그룹 경영권은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이 이미 증명됐다. 신동주 부회장 측에서 주식매수 청구로 지분 대부분을 정리했다”며 “경영권 분쟁은 확고하게 정리됐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롯데지주는 롯데제과,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등 4개사로 구성된다. 자산은 6조3576억원, 자본금은 4조8861억원 규모다. 롯데지주에 편입되는 자회사는 총 42개사로 향후에는 화학, 건설, 제조, 관광 등 부문 계열사를 추가해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식품 사업은 인도, 미얀마 등 신흥 시장으로 확대하고 호텔 사업의 해외 진출에도 속도를 낸다. 임병연 가치경영실장(부사장)은 “순수 지주회사로 출발하지만 새로운 사업이나 해외 사업은 직접 투자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배구조 수직화로 순환출자 고리는 대폭 줄었다. 기존 67개였던 롯데그룹의 순환출자 고리는 지난달 14일 롯데건설이 보유한 롯데쇼핑 주식을 처분해 50개로 줄었고 롯데지주 출범으로 13개까지 대폭 감소했다. 이봉철 재무혁신실장(부사장)은 “내년 3월 말까지는 남은 순환출자 고리가 해소될 것”이라며 “롯데호텔은 상장 이후에 지주회사와의 합병을 거론할 수 있는데, 사드 문제도 있어서 상장에는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롯데지주의 주 수입원은 배당금, 브랜드 수수료 등이다. 롯데는 지주회사 출범과 함께 새로운 기업이미지(CI)도 선보였다. 신 회장은 지주사 출범식 기념사에서 “롯데지주의 출범은 경영 투명성을 높이고 새로운 기업 가치를 창조해나갈 롯데의 비전을 알리는 시작”이라며 “향후 롯데그룹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혁신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