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횡령·채용비리’ 하성용 구속기소… 의혹 해소는 미흡

입력 2017-10-12 05:00

국내 유일의 항공기 제조업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수조원대 경영 비리가 검찰 수사 3개월 만에 상당 부분 확인됐다. 그러나 KAI와 정·관·군 관련 인사들의 유착 및 사장 연임 로비 의혹 등에 대한 수사는 여전히 미완인 상태다.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검사 이용일)는 11일 하성용(66) 전 KAI 사장을 구속 기소하고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KAI 경영 비리의 정점인 하 전 사장에게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사기, 자본시장법 위반, 업무방해, 배임수재 등 10여개 죄명이 달렸다. 하 전 사장 외에 KAI 전현직 임직원 9명(1명 구속)이 기소됐다. 자녀 부정 채용을 부탁한 지방자치단체 간부, 사기대출 혐의의 KAI 협력업체 대표(구속)도 재판에 넘겨졌다. 이번 수사로 모두 12명(구속 기소 3명)의 피고인이 나왔다.

KAI 측은 2013년부터 올 1분기까지 매출 및 자재 출고 조작, 손실충당금·사업비용 미반영 등의 방식으로 5358억원가량의 분식회계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통해 6514억원을 대출받고, 2조5400억원 상당의 회사채·기업어음을 발행하는 등 불법적으로 자금을 조달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하 전 사장 등 임직원은 경영실적 부풀리기로 급여와 상여금 73억3420만원을 추가로 받아갔다. 검찰 관계자는 “방위산업체 특성상 외부 노출이 차단되는 점을 악용해 공적 기업을 사유화하려 한 전형”이라고 말했다.

하 전 사장은 2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해 개인적 용도와 조직 관리에 쓴 혐의도 받고 있다. 그의 재임 시절 KAI가 당시 여당 중진 의원의 조카, 전 공군참모총장의 공관병 출신, 경남 사천시청의 국장 자녀 등 15명을 부당 채용한 사실도 파악됐다.

하 전 사장은 협력업체 Y사 대표를 시켜 자신이 지배권을 쥔 위장 납품업체 T사를 세운 뒤 일감을 몰아준 혐의도 받고 있다. KAI는 방위사업청과 경공격기 FA-50 납품 계약을 맺을 때 부품 견적서를 위조해 원가 129억원을 부풀렸다.

KAI 수사는 현 정부의 방산 비리 척결 기조에 맞춰 진행됐지만 핵심 인물에 대한 구속영장이 잇달아 기각되는 등 수사에 어려움을 겪었다. 비자금 규명의 열쇠로 지목된 손승범 전 KAI 차장은 공개수배된 지 80일이 됐지만 행방이 묘연하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