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용·박정희도 ‘역사교과서 국정화’ 찬성?

입력 2017-10-11 20:57 수정 2017-10-11 21:41
2015년 교육부에 접수된 국정역사교과서 찬성 의견서. 작성자란에 조선총독부 이완용, 청와대 박정희라고 적혀 있다. 교육부 제공

2015년 박근혜정부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 당시 찬반 의견수렴 과정에 정부가 조직적으로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 교육부는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원회의 요청에 따라 국정화 찬성의견서 조작 의혹에 대해 이른 시일 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라고 11일 밝혔다.

여론조작 의혹은 국정화에 대한 의견수렴 마지막 날인 2015년 11월 2일 서울 여의도의 한 인쇄소에서 제작된 동일한 양식의 의견서가 교육부에 무더기 제출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처음 제기됐다. 당시 야당에선 의견서 열람을 요구했지만 교육부는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거부했다. 교육부는 의견수렴 결과 찬성 의견 15만2805명, 반대 의견 32만1075명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당시 교육부는 올바른 역사관 확립을 명분으로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고 있었다.

박근혜 당시 대통령은 교육부가 국정화 방침을 밝힌 후 열린 국무회의에서 “자기 나라 역사를 모르면 혼이 없는 인간이 되고 바르게 역사를 배우지 못하면 혼이 비정상이 될 수밖에 없다”며 힘을 실어줬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팀은 의혹 제기 후 약 2년 만인 지난달 본격 조사에 착수했다. 그 결과 교육부에 보관돼 있는 찬반 의견서 103상자 중 53상자가 일괄 출력물 형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진상조사팀이 우선 살펴본 26박스(약 2만8000장)에서는 동일한 의견서 양식(4종)에 일정한 유형의 찬성 이유가 반복됐다. 의견서 개인정보란에 이름을 이완용, 박정희로 적고 주소를 조선총독부나 청와대로 표기한 경우도 있었다.

당시 의견서 상자를 전달받은 교육부 직원들은 “밤에 찬성의견서 상자가 도착할 것이므로 직원들을 야간 대기시키라는 당시 교육부 학교정책실장의 지시가 있었다”고 증언했다.

진상조사팀은 일괄 출력물 형태 의견서 중 중복된 의견서를 제외한 4374건 중 무작위로 677건을 추출해 제출자에게 유선전화로 진위를 파악했다. 전화를 받은 252명 중 129명(51%)은 찬성의견서를 제출했다고 답했지만 64명(25%)은 제출한 적이 없다고 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